닛산에 기댄 사업구조..보유현금 '꼴찌' '엔고' 지속, 매입채무 급격히 줄여..현금흐름 역대 최악
김장환 기자공개 2012-07-19 16:05:00
이 기사는 2012년 07월 19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4월 일본 쓰나미가 왔을 때 르노삼성은 국내 자동차 업체 중 유독 타격을 입었다. 쓰나미 여파로 토요타가 부품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현대·기아차는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었다. 또 다른 국내 자동차 업체들(쌍용차, 한국GM)은 이익이라고까지 할 건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손해를 본 것도 없다.르노삼성은 당시 일본으로부터 컨테이너선을 통해 조달하던 부품을 항공기로 실어 날랐다. 그런 현상이 수개월 간 이어졌다. 한때 엔당 15~17원까지 치솟는 '엔고'까지 동시에 있었다. 판매량이 전년보다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도 부품 운송비를 두세 배, 부품값도 1.5배 가까이 지불해야 했다. 판매율이 4% 수준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2150억 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불렀던 직접적인 이유다.
르노삼성이 이처럼 일본발 대외변수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름 아닌 관계사 '닛산'으로부터 대부분 부품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측에서는 50% 정도에 그친다고 하지만 직접 차를 뜯어본 자동차업계 사람들은 여전히 65% 이상이 닛산 부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르노삼성이 닛산에 의존해온 탓에 재무적으로도 각종 악재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상은 현재 사업구조가 이어지는 한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부채비율, 차입금 의존도 '양호'..보유 현금 없어 '낭패'
우선 르노삼성의 전반적인 재무구조 자체가 나쁜 편은 아니다. 지난해 말 개별재무제표 기준 총 차입금은 157억 원에 불과하고 부채비율도 91.9%의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총부채에서 2057억 원은 2009년 삼성자동차로부터 자산과 부채 인수 시 발생한 장기미지급금이다. 이중 1500억 원가량은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양수(흑자)일 때만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조건부지급' 형태로 구조가 짜여 있어 부담이 적은 부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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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금'이다. 일단 2009년 5976억 원에 달했던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이듬해에는 77억 원의 마이너스흐름으로 돌아섰다. 2010년 르노삼성은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회사로 현금이 들어오기는 커녕 오히려 돈이 나갔다는 소리다.
거액의 영업적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지난해 현금흐름이 역대 최악의 상태를 보였음은 물론이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599억 원. 여기에는 손실을 보고 있음에도 외상으로 물품을 받아오는 매입채무를 대폭 축소시킨 것도 한 몫을 했다. 2010년 4868억 원에 달했던 매입채무가 지난해 2008억 원까지 감소했다. 외상으로 가져오던 비중의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지급하다 보니 현금흐름이 급격히 나빠지는데 일조한 셈이다.
그런데 매입채무 감소 이면에도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불렀던 '엔고'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르노삼성 매입채무의 상당 부분은 관계사 닛산으로부터 부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 르노삼성은 2010년도 매입채무 중 10%에 해당하는 400억 원 가량을 엔화로 쥐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르노삼성의 엔화 매입채무는 단 8억 원에 그친다. '
닛산에 의존한 사업구조..자금 압박 결정적 이유
이처럼 매입채무를 급격히 줄인 것은 지난해 엔고 상황에서 닛산에 향후 '엔' 지불을 약속하고 외상으로 물품을 가져오기가 부담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입채무는 통상 3개월 단위로 끊는다. 극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음에도 엔고 현상 탓에 매입채무 대신 현금으로 부품 매입에 나섰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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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보니 르노삼성이 가지고 있는 '돈'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기만 하고 있다. 외부조달은 거의 없고 들어오는 현금도 없었다. 엔고 부담으로 부품 매입은 보유 현금으로 지불해야 했다. 이 기간 220억 원의 장기미지급금 상환, 332억 원의 배당금 지급 등 소요자금 대부분도 보유 현금성 자산으로 메웠다.
이에 따라 2009년 말 6921억 원에 달했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 1496억 원까지 줄었다. 현대기아차는 물론이고, 한국GM(6744억 원) 심지어 쌍용차(2357억 원)보다도 보유 현금이 적다. 그만큼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르노삼성의 '주머니 사정'이 가장 안 좋다는 얘기다.
결국 르노삼성이 지난해 거액의 순손실에도 불구하고 매입채무 축소 부담, 이어진 유동성의 압박 등 재무적으로 다방면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것은 생산 부품을 닛산에서 대부분 가져오는 사업구조에서 기인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발 대외변수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점은 앞으로도 똑같은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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