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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리의 '불편한 진실'

김현동 차장(금융팀장)공개 2012-07-20 07:30:30

이 기사는 2012년 07월 20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금융회사들의 화두는 '해외 진출'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주춤했지만, 아시아 톱10 은행·아시아 3위 손해보험사 등의 비전 달성을 위한 발걸음이 분주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미 아시아 1위 자리를 꿰찬 국내 금융회사가 있다. 바로 코리안리다. 2002년 아시아 1위 재보험회사가 됐고, 2010년에는 글로벌 톱10(S&P 기준 11위·A.M.Best 기준 12위) 수준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뮌헨리나 스위스리 같은 글로벌 재보험사가 13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채 50년도 되지 않은 코리안리의 성장스토리는 경이적이다.

국내 유일의 재보험 전업사이고, 국내 재보험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독과점 사업자라고 해도, 부침이 심한 재보험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14년째 코리안리를 이끌고 있는 박종원 사장의 경영능력과 49년의 재보험 노하우 등이 결합돼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러나 코리안리의 성장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도 숨어 있다.

국내 재보험시장은 최근 5년간 해외와의 재보험거래에서 3조 원 가까운 적자를 보고 있다. 재보험 해외수지 적자의 3분의 1 이상이 코리안리에서 발생한다. 재보험 해외수지 역조의 주범으로 코리안리를 지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국내 원수보험사 간 교환재보험 활성화가 쉽지 않고, 해외출재를 통한 위험분산 필요성을 감안하면 코리안리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다만 코리안리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담보력 부족 문제다.

코리안리의 담보력 비율(보유보험료/자기자본)은 △FY2011 2.76배 △FY2010 2.36배 △FY2009 2.53배 등이다. 세계 주요 재보험사의 담보력 비율은 0.1~1.5배 수준이다. 담보력 비율이 낮을수록, 재보험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해외 출재가 필요하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유율(66%)은 전 세계 평균(74%)에 비해 낮다. 보험위험의 인수(underwriting)보다는 출재 수수료를 챙기는데 더 적극적이라는 말과도 통한다.

담보력이 취약하면서도, 대주주를 위한 배당금 지급에는 열심이다. 코리안리의 최근 5년간(FY2006~FY2010) 평균 배당성향은 35%에 달한다. 국내 손해보험사의 평균 배당성향이 30% 초반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다.

코리안리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원혁희 회장의 셋째 아들인 원종규 전무를 사내이사(임기 3년)로 신규 선임했다. 내년 원혁희 회장과 박종원 사장의 임기만료에 맞춰, 차기 CEO 승계를 위한 이사 선임이라는 게 대체적인 인사평이다.

2020년 코리안리의 비전은 글로벌 톱클래스 재보험사로의 도약이다. 그런데 2012년 코리안리의 현실은 취약한 담보력과 오너경영으로의 전환에 쏠려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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