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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업어음, 고위험 업종에서 집중 발행 조선·해운·캐피탈 중심 확산 '8.7조'…올해 발행액만 4조 돌파

황철 기자공개 2012-09-17 16:19:08

이 기사는 2012년 09월 17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만기 1년을 넘는 장기 기업어음(CP)이 주로 조선·해운·건설·캐피탈 등 고위험 업종 기업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전자업종이나 철강업종처럼 경기둔화에 민감한 기업 중에도 대규모 장기 CP를 발행한 곳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고 있다.

고위험 업종이나 경기 민감 업종에서 주로 장기 CP를 선호하는 이유는 공모 회사채와 달리 공시의무가 없어 투자자들의 눈을 피할 수 있고 발행절차도 간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들 기업의 장기 CP가 늘면 늘수록 주식이나 회사채 등 기존 투자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현대중공업그룹, 올해 장기 CP 발행 무려 1조2000억 원 달해

8월말 현재 일반 기업이 발행한 1년 초과 장기 CP 잔액(ABCP 제외)은 8조7144억 원을 나타내고 있다. 54조154억 원을 나타내고 있는 일반 CP 시장의 16.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만기 1년(360일~365일)인 물량까지 합치면 13조9579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1/4(25.8%) 이상에 해당한다.

이중 올해 신규 발행한 장기 CP만 전체 잔량의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4조991억 원에 달한다. 그만큼 기업의 장기 CP 활용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장기 CP 발행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중공업그룹이다. 현대중공업과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은 CP 잔량만 각각 2조2000억 원, 1조1400억 원 어치를 갖고 있는 빅 이슈어다.

이중 현대삼호중공업은 무려 9400억 원의 장기 CP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도 1년으로 만기가 상대적으로 길다. 2년 이상 물량 역시 장기 CP의 절반인 4700억 원 어치나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 CP 중 만기가 가장 긴 5년 짜리 물량으로 700억 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에만 6000억 원의 장기 CP를 발행했다. 이 중에는 회사채 시장에서도 비교적 장기로 분류되는 3년~5년 만기물이 3000억 원이나 포함돼 있다. 모두 7월 이후 발행한 것으로 최근들어 더욱 만기구조가 길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현대삼호중공업은 회사채 시장에서는 지난 10년간 단 한번도 조달에 나서지 않았다. 단기자금인 유전스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금융권 장기 차입도 없는 상태다. 사실상 시설투자 등 장기자금수요의 거의 전부를 CP 조달로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역시 올해 만기도래 CP 중 6000억 원을 장기물로 차환했다. 현대삼호중공업(6000억 원)과 함께 일반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로써 현대중공업 그룹에서만 올해에만 1조2000억 원의 장기 CP가 쏟아졌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1조2000억 원을 조달했다. 하지만 2010년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계기로 최대 2조9000억원(1월말)까지 급증했던 CP 발행량이 아직은 회사채 조달액을 크게 앞서고 있다.

전통적으로도 회사채 발행이 많지 않은 기업이라 점도 공모채를 주조달 수단으로 삼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기 어렵게 한다. 현대중공업의 회사채 발행은 2009년 이후 3년만의 일이다. 직전 발행도 2002년 이후 7년만의 조달이었을 만큼 회사채에 크게 관심이 갖지 않았다. 2009년까지 조선업이 최고 호황기를 겪으며 현금이 넘쳐났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 침체가 장기화하고 M&A와 시설투자로 장기자금수요가 급증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현재 채권 발행 규모는 오히려 적다는 평가가 많다. 오히려 장기 CP가 공모채 수요를 대체한 인상이 강하다는 지적.

장기 CP 상위 10개사

물론 최근 채권 발행을 통해 만기도래 CP의 일부를 차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 CP 6000억 원을 비롯해 올해에만 총 1조8000억 원을 조달하며 여전히 높은 CP 발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SK하이닉스, 처음 발행한 CP 만기가 3년…SK그룹 편입 후에도 '사모 조달' 못 벗어나

대형 해운사 역시 장기 CP 활용에 적극적이었다. 현대상선은 8500억 원의 장기 CP를 발행하며 현대삼호중공업 다음으로 큰 잔액을 나타냈다. 전량 2년 이상으로 구성될 만큼 만기도 길다.

현대상선은 회사채 발행 제도 개편을 즈음해 극심한 눈치 보기 작전을 펼쳤다. 대신 늘어난 자금수요를 장기 CP로 대응했다. 수요예측 직후인 4월과 5월에 장기 CP 발행이 몰렸고 이후 7월에도 채권과 병행해 3년물 기업어음을 찍었다.

한진해운 역시 지난해 연말 회사채 시장 평판 악화로 발행여건이 나빠지자 2년물 CP 3200억 원 어치를 발행했다. 올해 채권 수급 상황이 다소 나아진 이후에는 장기투자자금은 공모채로, 단기자금수요는 만기 6개월 CP로 대처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의 첫 CP 발행도 눈길을 끈다. SK그룹에 편입한 지 석 달여만인 지난 5월25일 사상 처음으로 기업어음 2000억 원 어치를 발행했다. 만기는 무려 3년에 달했다. SK 간판을 내건 이후 첫 조달을 사모 성격이 강한 CP로 집행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5월30일 사모사채 5500억 원을 발행하기도 했다. 6월과 7월에는 2년짜리 장기 CP로 각각 1000억 원, 700억 원 등 총 1700억 원 추가 조달했다. 이로써 장기 CP 잔량은 3700억 원으로 늘었다. SK그룹 편입 직후부터 공모 회사채보다 사모 성격의 조달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9월4일 공모채 2000억 원을 발행했지만 그간의 사모성 조달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았다.

◇ 캐피탈업계도 장기 CP 발행…여전채 축소에 적지 않은 영향

대표적 고위험 업종인 캐피탈사 역시 장기 CP 의존도가 높았다. 캐피탈사들은 1조9332억 원의 잔량을 나타냈다. 카드사 장기 CP도 1조4773억 원 어치나 있었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가 각각 6970억 원, 5190억 원의 잔량을 나타냈다. 아주캐피탈도 4690억 원의 장기 CP를 발행해 자금수요를 채웠다.

이들은 모두 여전채 시장에서도 빅 이슈어인 기업들이다. 여전채 발행은 지난해 이후 꾸준히 줄고 있는 추세인데, 업계에서는 이들 빅 이슈어들이 장기 CP로 자금조달 수단을 바꾸고 있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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