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금호산업 부천사업장 처리 갈등 '재점화' 실무회의 난항..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 조정 무산되면 소송갈 듯
문병선 기자공개 2012-09-25 15:30:59
이 기사는 2012년 09월 25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산업의 부천 중동 사업장 처리 방안을 두고 첨예하게 맞선 채권은행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하루전 열린 실무자 회의도 성과없이 끝났다. 남은 절차는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의 조정이다. 이 마저도 성과가 없으면 소송이다.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부족에 애를 먹고 있는 금호산업은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게 채권단 일각의 시각이다.25일 금융권 및 금호산업에 따르면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은 지난 24일 우리은행에서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소속 실무자 회의를 개최해 금호산업의 부천중동 사업장 공사비 회수 방안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회의를 마쳤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수일전 '부천 중동 사업장 처리'와 관련된 안건을 전체 채권은행들에 부의했고 이 안건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우리은행 주도로 실무자 회의가 개최됐다"며 "우리은행의 안에 반발하고 있는 산은측은 해당 안건의 수정을 요구했으나 이날 회의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이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부의한 '부천 중동 사업장 처리' 안건은 △아파트 23.6%(모집 공고안 대비) 이내, 상가 37%(모집 공고안 대비) 이내 할인 분양을 실시하고 △부천 중동 사업장의 직접공사비 중 제3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결의일 이후 직접공사비의 경우 PF 여신보다 우선 지급하고 △간접비 50%(최대 78억원)를 제3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결의일 이전 PF 여신보다 우선 지급하며 △기타 담보권이 실행된 이후에도 잔존하는 손실(부족채권)은 금호산업의 제7차 및 제10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안건에 따라 처리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은행측 관계자는 "금호산업에 직접공사비를 우선 지급해 원활한 경영정상화 작업을 지원하기위해 의안을 부의했다"고 설명했다.이 방안대로 실시하면 금호산업에 자금이 유입돼 유동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갈될 것이라는 게 우리은행측 판단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우리은행이 부의한 안건이 금감원 중재 하에 은행간 잠정 타결된 '워크아웃 건설사 정상화 M0U 가이드라인'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조치라며 안건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산은측의 주장은 △워크아웃 이후 직접 공사비를 워크아웃 이후 PF 대출금보다 우선 지급하는 내용이 누락됐고 △시행사 인수비용 지급이 제외됐고 △추가 할인분양에 따른 손실을 금호산업이 전액 부담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지급된 공사비의 사용을 제한한 바 이는 예상되는 추가 할인분양의 손실을 회사앞으로 전가하기 위한 유보 조치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은행의 부의 안건대로 업무를 진행하면 형식상 공사비를 금호산업에 우선 지급한 것처럼 보이지만 종국적으로 PF 대출금이 회사의 공사비보다 우선 회수되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게 산은측의 주장이다.
예컨대 실사 잠정치에 의할 경우 금호산업은 약 950억원의 공사비를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은행측의 안건에 따르면 기지급한 간접공사비를 전액 직접공사비로 간주하게 되고 시행사 인수 비용을 지급하지 않게 되면서 금호산업의 공사비 회수액은 580억원으로 줄어든다. 만일 향후에 할인분양폭이 확대되면 금호산업이 이 손실을 또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금호산업은 공사비를 단 한푼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게 산은측 판단이다.
자금이 수혈되지 않을 경우 금호산업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것으로 산은은 보고 있다.
산은측 한 관계자는 "부의된 안건으로 우리은행의 이기주의가 관철될 경우 금호산업의 정상화 작업 차질 발생은 물론 향후 여타 건설사 워크아웃 추진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며 "건설사 가이드라인 무용론이 대두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은행측 같은 관계자는 "여러 채권은행의 요구가 있고 산은도 그 중 한 곳"이라고 밝혔다. 같은 관계자는 "부천 중동 사업장의 부족 자금을 메운다는 명분으로 지난해말과 올해초 채권은행들이 출자전환을 했고 박삼구 회장 역시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매입할 수 있었다"며 "부천 사업장 문제는 그 당시 이해가 된 문제인데 이제 와서 부천 사업장 자금 문제를 들며 우리은행을 비도덕적인 은행인양 몰아세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두 은행은 지난달에도 동일한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당시는 금감원의 건설사 대책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중재가 이뤄져 합의점을 찾는 듯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채 봉합됐다는 게 채권단 내부의 판단이다. 미봉책으로 봉합됐다가 이번에 다시 문제가 불거지며 다시 갈등을 벌이는 것이다.
문제는 금호산업이다. 유동성 부족에 애를 태우고 있다. 당장 올해 김포 PF 사업장 토지대금을 치러야 하는 등 자금소요가 만만치 않다. 부천 중동 리첸시아의 분양률 역시 저조해 추가 자금지원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채권은행간 갈등이 첨예하게 불거져 기대를 하기 어려워 진다. 종국적인 책임은 금호산업에 있으나 금호산업은 현재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산업은행은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산은은 지난달 우리은행이 조정 결과에 불복할 경우에 대비해 53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소송 참여 의견서를 제출받아 둔 상태다. 경우에 따라 주채권은행 변경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8월 갈등보다 더 해결이 어려운 형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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