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8월 20일 10: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역할모순은 한 개인이 가진 두 가지 이상의 지위에 상반된 역할이 요구될 때 나타나는 갈등이다. 가령 가족 구성원과 회사 구성원으로서 동시에 서로 상충하는 역할이 요구되는 경우를 역할모순이라고 한다. 역할모순에 빠지면 대부분 사람들은 어떤 역할이 더 중요한지를 두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상반되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는 탓이다.두 역할의 경중은 개인의 가치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는 이유다. 채용을 위한 회사의 면접 시 역할 모순에 대한 질문이 종종 등장하는 것도 그 사람의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즉, 역할모순의 상황에서 특정 역할의 선택은 개인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일종의 '신호'인 셈이다.
역할모순의 사례는 최근 금융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부천 리첸시아 중동을 둘러싼 금융기관들의 갈등에서다. 이 사업장 PF대주단과 금호산업의 채권은행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농협은 PF대출금 회수와 공사비 지급을 두고 역할모순에 빠졌다. 우리은행은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으로서 워크아웃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 상반되는 두 가지 역할 중 PF대주단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약정보다 리첸시아 중동 PF대출약정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금호산업의 채권금융기관 중 하나인 산업은행은 우리은행과 농협의 PF대출약정에 대해 워크아웃을 위반한 약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농협이 자처한 역할을 두고 잘잘못을 따지기는 쉽지 않다. 금융기관의 내부적인 판단이자 약정상의 문제로 시시비비는 법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다만 우리은행과 농협이 채권단이 아닌 PF대주단 역할을 자처함에 따라 워크아웃 무용론이 더욱 강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앞서 일부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PF대주단과 채권단의 대립으로 법정관리에 들어섰다. 채권회수에 급급한 은행들이 건설사의 워크아웃을 뒷전으로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며 워크아웃 무용론이 불거졌다.
우리은행과 농협이 선택한 역할도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가 더 낫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금융기관이 역할모순 상황에서 주채권은행보다 PF대주단 역할을 우선시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중견건설사들의 워크아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우리은행과 농협이 이 사실을 간과한다면 시장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설사 워크아웃에 대한 시장의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