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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계룡건설·한신공영, P-CBO 단골손님 지나친 특혜 논란

임정수 기자공개 2012-12-17 12:05:11

이 기사는 2012년 12월 17일 12: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기초자산에 중복 편입을 허용하면서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이 P-CBO 발향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종전에는 한 번 지원을 받은 기업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었으나, 올해 9월 부터 기존에 지원을 받았더라도 또 다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당국이 중복 지원을 허용하면서 일부 중견 건설사와 일반 제조업체가 적극적으로 P-CBO 발행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해 갔다. 한양 계룡건설산업 한신공영 경남기업 한라산업개발 등의 중견 건설사가 여러 차례 P-CBO 기초자산에 편입되면서 국내 기업들 중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 받았다. STS반도체 모나미 등 중견 제조업체도 P-CBO를 자금조달 창구로 적극 활용했다.

중복 지원을 받는 기업이 늘면서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기업들 까지 지나치게 정부 자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정된 정부 재원이 한 쪽으로 쏠리면 다른 기업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박탈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P-CBO 중복지원 허용 후 발행액 급증…수정 목표치 3조 원에 근접

금융위는 올해 연내 P-CBO 발행 목표를 기존의 1조7000억 원에서 3조 원으로 늘려 잡았다. 자금사정이 급박한 건설사와 일반 제조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목적에서다. 또 발행 목표를 채우기 위한 후속 조치로 지난 9월 부터 기초자산 풀링에 중복 편입을 허용했다. 한 번 지원을 받아 미상환 잔액이 남아 있더라도 다시 정부 지원을 신청해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신보는 8월 까지만 해도 당초 P-CBO 목표치였던 1조7000억 원도 채우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건설사들은 이미 한 번 정도 정부 자금을 지원 받은데다 건설경기가 부진한 탓에 실제 자금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다. 또 유동성이 급한 건설사들은 이미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였다. 이에 당국이 지원액을 늘리기 위해 기초자산에 중복 편입을 허용, 건설사 자금 지원의 물꼬를 텄다.

이후 P-CBO 발행액은 급증했다. 8월 말 까지 1조 원을 겨우 넘겼던 P-CBO 발행액은 12월 현재 연간 누적으로 2조7000억 원을 넘어섰다. 9월 이후 약 4개월 동안 1조3800억 원이 발행됐다. 추세대로라면 신보는 연간 누적으로 2조 원을 넘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12월 현재 목표치인 3조 원을 대부분 채웠다. 8월 까지 7차례에 불과했던 발행 횟 수도 9월 부터 8차례나 발행되면서 총 15차례로 늘어났다.

신보 관계자는 "기존에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들 까지 기초자산 편입을신청하면서 기초자산 풀(pool)이 급증해 P-CBO 발행이 늘어났다"면서 "올해 당국이 제시한 P-CBO 발행 목표치인 3조 원을 대부분 채웠다"고 말했다.

◇ 한양·계룡건설·한신공영 등 단골기업…지나친 중복 수혜 논란

이 과정에서 여러 중견·중소 업체가 정부로부터 중복해서 자금 지원을 받았다. 특히 한양 계룡건설산업 한신공영 경남기업 한라산업개발 등의 중견 건설 업체가 여러 차례에 걸쳐 비교적 큰 규모로 P-CBO 발행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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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기준

중견 건설회사인 한양은 9월 부터 총 4회에 걸쳐 420억 원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초자산으로 편입된 기업들 중 가장 많은액수를 지원받은 것이다. 계룡건설산업과 한신공영도 4회에 걸쳐 400억 원 씩의 자금을 받았다. 1개월에 한 번 꼴로 매 월 100억 원 씩의 지원을 얻어냈다. 한라산업개발과 STS반도체통신은 3회 씩 각각 250억 원과 200억 원의 정부 지원을 수혈받았다. 이수건설과 삼환까뮤도 2회에 걸쳐 약 200억 원의 자금을 받아갔다.

일반 제조기업 중에서는 중견 해운사인 흥하해운과 조선 기자재 업체인 현진소재가 2회에 걸쳐 100억 원 씩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대한방직 대원 마니커 모나미 등도 2회에 걸쳐 1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중복 지원이 늘면서 일부 기업이 지나치게 정부 자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있는 기업들도 P-CBO의 기초자산으로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계룡건설산업은 신용등급이 A-인 중견 건설사로, 올해 회사채 시장 분위기라면 공모 회사채 발행을 거뜬히 할 수 있는 기업이다. 계룡건설산업은 올해 3월 까지만 해도 필요한 자금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해 갔다. 올해 3월 6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금리 6.9%에 공모로 발행했고, 지난 해 9월에는 7%에 300억 원의회사채를 공모 발행했었다. 정기적으로 공모 회사채를 발행해 왔던 회사가 P-CBO 발행에 중복 편입이 허용된 이후로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한신공영 한양 등 1년에 한 번 정도 공모 회사채를 발행해 왔던 BBB+ 등급의 건설사도 중복 편입이 허용된 이후 공모 회사채 시장에 발길을 끊었다.

증권사 DCM팀 관계자는 "일부 자체 조달이 가능한 기업들도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회사채 발행에서 P-CBO로 자금조달 전략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들 기업 중 P-CBO를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생각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한정된 정부 재원이 한 쪽으로 쏠리면 다른 기업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박탈 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발행된 P-CBO 발행액 2조7000억 원 중 약 3700억 원이 중복 지원에 용됐다"며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라는 명목은 좋지만, 정부 자금이 일부 기업이 집중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 기업이 중복 수혜를 받게되면 정작 자금이 필요한 다른 기업이 자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면서 "신보가 기초자산 선정 과정에서 지원 대상 기업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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