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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펀드 외면하는 중기청

강철 기자공개 2012-12-26 07:30:29

이 기사는 2012년 12월 26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10년 농림수산식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농식품모태펀드를 조성했다. 기금의 위탁 운용사인 농업정책자금관리단은 지난해와 올해 벤처캐피탈과 신기술금융사 등을 대상으로 농림축산업, 수산업, 식품산업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출자사업을 진행했다.

출자사업을 통해 16곳의 운용사가 3300억 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16개의 무한책임투자자(GP) 중 12곳이 운용자산(AUM) 1000억 원 미만의 중소형 벤처캐피탈이라는 점이다. 이 중 4곳은 설립 3년을 갓 넘었거나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기업이다. 의도가 어떻든 농식품모태펀드가 출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중소형 벤처캐피탈에 새로운 젖줄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딜 소싱(Deal Sourcing)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농식품펀드 운용사들은 최근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벤처캐피탈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는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청 산하의 모태펀드가 농식품펀드 투자 실적을 주요 평가 항목에서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펀드를 만들어 투자를 진행했건만 투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큰 축은 '모태펀드 출자사업 운용사 선정'과 중소기업청이 실시하는 '벤처캐피탈 평가'다. 모태펀드의 출자사업을 주관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농식품펀드 투자 실적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펀드 운용사는 실제 투자 활동보다 낮은 평가를 받게 되고, 이는 선정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청이 매년 실시하는 벤처캐피탈 평가에서도 농식품펀드 투자 실적은 제외된다. 농식품펀드만 운용하는 신생 벤처캐피탈의 경우 아무리 투자를 많이 했어도 중소기업청 기준으로는 투자 실적이 '0'이다. 투자 부진으로 벤처캐피탈 라이선스를 반납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본금으로 투자를 하는 일종의 편법도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부처간 이기주의에 기인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자금도 운용하고 싶어하는 중소기업청이 관계법령을 이용해 농식품펀드 운용사에 불익을 주는 방법으로 농림수산식품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특허청에 이어 농림수산식품부도 모태펀드 조합원으로 참여시킬 계획이었다. 일각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독자적인 모태펀드를 결성해 정부 예산 운용을 일원화하고자 했던 기획재정부의 혼란을 야기시킨 것이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애꿎은 농식품펀드 운용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결성이 수월한 농식품펀드를 통해 트랙 레코드(track-record)를 쌓고 운용펀드 수를 늘려가려 했던 중소형 벤처캐피탈의 성장 로드맵에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형 벤처캐피탈의 성장을 지원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방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모태펀드의 자(子)펀드건, 농식품펀드건, 궁극적인 목표는 투자를 통한 벤처 및 중소기업의 육성이다. 중소기업청이 관계법령을 유연하게 해석해 어려움에 처한 벤처캐피탈 업계를 배려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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