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첫 순환출자 해소? '직행' 가능성도 순환출자 해소 비용보다 지주사 전환 비용 더 들어 '고민'
문병선 기자공개 2013-01-04 16:07:31
[편집자주]
지주회사 제도는 여전히 손 볼 곳이 많은 불완전한 지배구조지만 국내에서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지배구조의 대안으로 인식된다. 그래서인지 2011년을 기점으로 증가율이 둔화되다가 2012년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세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어우려져 만든 결과로 분석된다. 2013년에는 또 어떤 그룹이 지주회사행을 택할 지 재계의 관심이 높다.
이 기사는 2013년 01월 04일 16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가장 큰 그룹 중 한 곳은 한진그룹이다. 이상균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해말 부산 항공산업 육성발전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항공과 한진관광투자의) 합병을 시작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 나갈 예정"이라고 공식 밝혔다.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은 전혀 다른 작업이지만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에서 큰 틀의 방향은 잡혔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다만 "검토를 해 본다는 것이지, 확정된 것은 없다"는 한진그룹 재무라인의 반응을 볼 때 구체적 안이 나오기까지는 좀 더 많은, 그리고 긴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
한진그룹은 순환출자 구조의 대표적 그룹으로 곧잘 거론돼 왔다. 지난해말 대한항공과 한진관광투자의 합병으로 '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의 3단계 순환출자로 그 단계수가 1단계 줄었다. 순환출자 해소라는 의미는 이들 3개사의 물고 물리는 출자 구조가 2단계로 단순화된다는 뜻이다.
◇순환출자 해소위한 계열사 합병 가능성
방법은 대략 세가지를 거론할 수 있다. 한진과 대한항공을, 한진과 정석기업을, 대한항공과 정석기업을 합병하는 방법이다. 이 중 한진과 대한항공의 합병은 상장 회사들간의 합병이어서 과정이 복잡하고 자칫 합병반대주주의 매수청구 비용이 대량 발생할 수 있다. 나머지 두 방법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안이 현재로선 설득력있다.
두가지 방안 중에서 어떤 안이 유력한지는 확실치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진과 정석기업간 합병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한진과 정석기업의 가치 합이 대한항공과 정석기업 가치 합보다 적어 비용이 적게 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안으로 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
예로 ㈜한진과 정석기업이 합병하면 합병회사(한진)와 대한항공은 각각 9.90%, 16.09%의 상호 지분을 갖게 된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대략 각각 3500억원, 400억원 규모다. 대한항공과 정석기업이 합병을 하면 각각 9.90%, 17.98%의 상호 지분이 생긴다. 환산 금액 역시 한진과 정석기업 합병안과 비슷하다. 이런 상호출자는 무조건 해소해야 하는데, 적은쪽(400억원)을 매각하는 것으로 간단히 처리가 가능해 보인다.
조양호 회장의 지배력 흐름 측면에서도 큰 차이는 없다. 조 회장은 정석기업의 대주주(27.21%)이기 때문에 한진과 정석기업이 합병하게 되면 ㈜한진 지분율을 16% 가까이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대한항공과 정석기업이 합병을 해도 대한항공 지분을 13% 가까이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순환출자 해소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또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작업도 5부 능선을 넘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순환출자 해소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곧바로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진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어려운 여러 걸림돌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채무보증 문제다. 각 계열사들의 채무보증 문제를 풀려면 담보 또는 현금이 더 확보되어야 하는데 그 규모가 대략 1조원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후계 승계도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조 회장 자녀들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0.1%에 그치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지금 전환해 버릴 경우 추후 또 다른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추가 비용이 고민이다.
◇KAI 인수 위해 '지주회사 직행' 가능성도
그런나 순환출자를 먼저 해소하지 않고 곧바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없는 건 아니다. 하림그룹의 경우 보증 문제와 상호 출자 문제 등이 얽혀 있지만 먼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2년의 유예기간 동안 공정거래법상 행위 제한 위반 사항 등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택하기도 했다.한진그룹도 그런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무엇보다 지주회사는 '확장'에 용이하다. 그룹 숙원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인수하자면 대한항공보다 더 우수한 재무구조를 갖춘 수단(Vehicle)이 필요하다. 부채비율이 높은 대한항공은 KAI 인수시 감점 요인이다. 지주회사가 그 수단이 될 수 있다.
|
대한항공을 홀딩스와 대한항공 2개 회사로 인적분할 한 뒤 대한항공 대주주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 이는 여러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 방식이었다. 오너의 홀딩스 지배지분율도 늘리고 재무구조가 우량한 또 하나의 법인을 갖게되는 장점이 있다. 정석기업의 최상위 지배회사 지분 보유 등 행위제한 위반 사항은 추후 2년의 유예기간동안 해결해 나가면 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지배구조 분석]율호 지분 또 매각한 이엔플러스, 경영권 행사 '계속'
- [Korean Paper]하나증권, 관세·탄핵 불확실성 속 데뷔전 나선다
- [원일티엔아이 IPO]수소 투자 드라이브, 후계자 입지 강화 계기될까
- [대한조선 IPO]조선업 슈퍼사이클 진입…실적 호조까지 더했다
- [Company & IB]파트너 새판짜는 LX하우시스, 은행계 '포용'
- [SK엔무브 IPO]아시아·미국 'NDR' 마무리…밸류 눈높이 '사전 점검'
- [코스닥 신사업 '옥석가리기']서부T&D, 오너가3세 주축 시설관리 법인 출범
- [코스닥 CB 만기도래]200억 상환 앞둔 흥국에프엔비, 추가 조달 추진
- [2025 서울모빌리티쇼]'UAM 낙점' 삼보모터스, 종합 모빌리티 그룹 목표
- SK바사, 20여개 파이프라인 '선택과 집중' 속도 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