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1월 15일 16: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일시멘트가 한일건설 자본확충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상감자 추진으로 지분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물출자와 증자 등을 꺼리는 건 사실상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한일시멘트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으나 채권단 자금 지원 요청에 계속 뜸을 들이면서 그룹 내 또다른 건설사인 한일개발 등으로 건설업 부문을 재편하려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허동섭 한일건설 회장의 사재출연 등 자구노력이 전제가 돼야 대주주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채권단이다. 자본잠식으로 인한 상장폐지 모면을 위해 무상감자와 출자전환을 모색 중이지만 대주주가 빠질 경우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감자 후 채권단 출자전환만으로 자본확충이 이뤄지게 될 경우 사실상 대주주 바통을 이어받게 된다.
이 경우 채권단으로서는 한일건설의 워크아웃을 계속 이어갈지, 중단할지를 사실상 결정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리비아 사업 재개로 숨통이 트였지만 직원 파견과 선수금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로서는 한일건설이 또다시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현재 다양한 경로로 한일시멘트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물출자와 병행해 그룹 계열사를 통한 우회적인 지원 방안 등을 제안했으나 한일시멘트는 확답을 피하고 있다. 최소한 대주주로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지만 선뜻 답을 주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채권단이 쥐고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는 게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이미 지난 2011년 한차례 유상증자를 해 725억 원을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불구 한일건설 실적은 매년 곤두박질치고 있다. 워크아웃 개시 이후 수주활동도 부진해 당분간 매출감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수년간 워크아웃을 이끌어 온 주체로서 채권단이 대주주 참여를 강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한일시멘트는 그룹 내 한일건설 외에 한일개발, 한덕개발, 한일산업 등의 건설 관련 계열사를 두고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이들 계열사를 통해 건설업을 재개할 수 있다.
특히 한일시멘트가 지분 99.9%를 보유한 한일개발의 경우 한일건설과 업무영역이 겹친다. 토목건축에서 공동주택 건설 및 분양, 조경, 부동산매매, 폐기물처리 등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이 300억 원 안팎에 불과한 소형 회사지만 추가 투자가 이뤄진다면 언제든 외형을 확장할 수 있다.
워크아웃 기업 보다는 정상기업에 대한 투자가 효율성 측면에서 오히려 이득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일개발을 통해 한일건설의 사업장과 인력을 흡수하는 방안도 점쳐진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한일시멘트가 한일건설을 흡수합병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변수는 채권단과의 마찰이다. 특히 한일시멘트가 계열사 꼬리자르기 행태로 한일건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일시멘트가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무리수를 둘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 부진으로 계열 건설사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자금이 투입되면서 대주주로서 지원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추가 지원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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