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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삼성물산' 先합병 가능성은? 합병 유사 행보..에버랜드 우회상장 및 후계승계·지배구조 정비에 용이

문병선 기자공개 2013-01-25 09:05:01

[편집자주]

지주회사 제도는 여전히 손 볼 곳이 많은 불완전한 지배구조지만 국내에서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지배구조의 대안으로 인식된다. 그래서인지 2011년을 기점으로 증가율이 둔화되다가 2012년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세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어우려져 만든 결과로 분석된다. 2013년에는 또 어떤 그룹이 지주회사행을 택할 지 재계의 관심이 높다.

이 기사는 2013년 01월 25일 09: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지난 10여년간 다양한 분석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 더불어 비중있게 다뤄져 왔던 방안이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 합병안이다. 금융과 비금융이 섞여 있고 순환출자까지 더해져 있는 삼성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에서 두 핵심 계열사를 합병하면 비교적 깔끔한 지배구조 그림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합병안은 그럴듯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금융)→삼성전자(비금융)'로 이어지는 금산 연결 구조를 분리하지 못한다는 단점 때문에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안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최근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의 행보엔 다른 양상이 묻어나와 주목된다.

먼저 건설 사업 부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합병을 염두에 두는 듯한 작업들이 이따금 시장에 흘러나온다. 지난해 중반부터다. 삼성에버랜드는 건설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 건설 관련 인력들이 삼성에버랜드로 배치돼 왔고 에버랜드 자체적으로 건설 사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핵심 지배구조(현재)

이미 에버랜드의 건설사업(E&A) 부문의 매출액(1조2272억원)은 2011년말 기준 삼성에버랜드 총매출액(2조6872억원)의 절반에 육박했다.

아울러 에버랜드는 최근 에너지플랜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플랜트 사업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전개해 왔던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대신 건설사업 부문을 떼어내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말 건설 부문 인력 축소 및 이동설이 퍼졌고, 상사 부문만 따로 떼어내 사옥을 옮기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비록 사옥 이전은 올해 초 백지화하기는 했으나 이런 행보들은 최소한 상사 부문과 건설부문이 따로 분할돼 이 중 건설 부문을 삼성에버랜드와 합치려는 행보로 읽혔다.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서 회사측은 "검토된 적 없다"는 답변이지만, 여러 행보를 볼 때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과거보다 확률이 높아가는 게 사실이다.

◇합병의 장단점은? 지주사 전환없이 지배구조 개편 가능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의 합병안에 대해 지난 2009년 경제개혁연구소는 '삼성그룹의 소유구조 개편 시나리오 검토'라는 보고서에서 "가장 큰 효과는 지배주주들의 삼성물산에 대한 소유 지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라며 "또한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의 합병 이후 삼성에버랜드의 사업부문을 분할해 이부진씨 등에게 줘 상속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에버랜드 합병 이후 지배구조

삼성그룹은 현재 소유구조를 개편할 유인이 없다. 후계 상속 문제와 형제간 계열분리 문제가 현안으로 오를 때 외엔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이 합병을 하게 되면 언젠가 이루어질 후계 승계 상황이 왔을 때 작업을 매우 쉽게 끝마칠 수 있게 해 준다.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1단계로 두 회사가 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러 장점이 있다.

여러 연구 리포트에서 분석되듯 두 회사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은 본격적인 하향식 지주회사 체제를 갖출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등 삼성생명을 경유해 3단계를 거쳐야 했던 상속 1순위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1단계로 단순화된다. 에버랜드를 통해 곧바로 4% 이상 삼성전자 지분이 확보된다. 또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및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 순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우회적으로 갖고 있던 삼성에버랜드는 그 단계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삼성물산이 최대주주로 있던 삼성종합화학 및 삼성석유화학, 그리고 제일기획은 합병회사의 자회사로 위치바꿈을 하면서 형제간 계열분리의 가닥도 잡히게 된다. 합병회사(물산+에버랜드)의 분할만으로 화학계열(이부진)과 제일기획(이서현)을 따로 떼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장회사인 삼성물산과의 합병은 삼성에버랜드에 상장 효과를 준다. 대주주 지분 가치의 극대화는 추후 금융 및 비금융 계열사간 교차 지분 처리 시 유리해 질 수 있다.

물론 이런 방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실제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대 '아킬레스 건'인 금산 연결 구조는 해결되지 않는다. 삼성생명은 여전히 시가 15조원 상당의 삼성전자 지분(7.21%)을 보유하게 된다. 다만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가 합병을 하게 되더라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강제 지정 요건(지주비율 50% 이상)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 금융계열사(삼성생명 등)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등 위급의 상황은 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는 한국 재벌문제의 핵심으로 간주돼 왔다. 늘 재계의 관심이다. 그러나 그만큼 삼성그룹은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당장의 가시적 변화가 목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어떤 방안이 채택될 지는 정해지지 않았고 여러 법률 개정 상황과 정치공학적 변수 등에 맞춰 바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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