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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귀환과 STX의 자율협약 KT, 회사채 발행 과정·결과 만점…STX, 워크아웃에 준하는 상황

황철 기자공개 2013-04-08 08:01:22

이 기사는 2013년 04월 08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첫 AAA등급 비금융 민간기업인 KT가 국내 회사채 역사상 최저 금리 수준으로 10년·20년 짜리 회사채 발행을 성사시켰다. 현대건설은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금리를 제시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Over booking)을 기록했다.

업황 침체와 유동성 부족으로 산업은행과 기업구조개선 약정 중이던 STX조선해양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주채권은행만으로는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STX그룹의 주력 계열사 신용등급을 BBB-등급으로 두 노치(notch) 떨어뜨리고 추가로 하향 검토 대상에 등재했다.

◇ KT, 역대 최저금리 조달 성공..딜로드쇼의 힘

회사채 시장의 엄친아 KT가 무려 16개월의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2011년 기준 연간 조달량 2조3941억 원에 이르는 명실공이 국내 최고 발행사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였다. 총 발행 규모 4100억 원, 최장 20년 만기 구조, 딜 로드쇼(Deal Roadshow)를 통한 적극적 소통 등 양질 면에서도 역시 'KT'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시장의 화답도 만족스러웠다. 국고채 수익률 하락과 금리 방향의 불확실성이 컸지만 모처럼 나온 민간 AAA 채권에 대한 투자 욕구를 막지는 못했다. 최초 40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모집에 이를 훌쩍 웃도는 5800억 원의 신청이 들어 왔다.

만기별로도 수요에 큰 편차 없을 정도로 고른 인기를 끌었다. 만기별 희망금리가 개별 민평을 하회해 너무 공격적이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최종 발행가액은 밴드 상단을 밑돌았다. 절대수익률 부담보다 중장기적 금리 재인하 가능성과 초우량채의 희소가치 쪽으로 투심이 움직인 것. KT는 수요예측에 앞서 딜 로드쇼를 개최해 기업 상황과 재무개선 노력, 금리 전망 등을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그 결과 5년물 공모액 1200억 원에는 1900억 원의 신청이, 10년물 1800억 원에는 2700억 원, 20년물 1000억도 1200억 원의 수요가 몰려 오버부킹됐다. KT는 10년물을 100억 원 어치 증액해 4100억 원으로 발행가액을 확정했다.

잠정확정금리는 5년물 2.71%, 10년물 2.94%, 20년물 3.21%다. 10년물의 경우 국내 회사채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였다. 지난 3월28일 발행한 한국수력원자력 10년물 2.98%보다 4bp나 낮다. 20년물 역시 같은날 한국수력원자력 물량 3.19%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4월 청약

현대위아(AA-), CJ오쇼핑(AA-), 현대건설(AA-)도 수요예측에서 무난히 투자자 모집에 성공했다. 현대위아는 1000억 원 모집에 2100억 원이 몰리며 3년물, 5년물 모두 개별 민평보다 5bp 가량 낮은 수준에서 발행조건을 확정했다. CJ오쇼핑도 600억 원 모집에 1000억 원의 수요를 모으며 희망밴드 내에서 금리를 결정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공모액의 1.5배에 달하는 투자수요를 유치하며 국내 1위 건설사의 체면을 세웠다. 지난해 과도하게 낮은 희망금리를 제시하고 밴드 내에 들어온 수량까지 유효수요에서 제외해 시장의 비판을 받았던 전례를 반면교사 삼은 게 주효했다.

현대건설은 5년물의 경우 희망금리를 개별민평보다 최대 10bp 높게 제시하는 등 시장과의 공감대 쌓기에 주력했다. 7년물도 밴드 상단을 개별민평에 맞췄다. 결과는 5년물 1000억 원 모집에 거의 두 배에 가까운 1900억 원이 몰렸다. 7년물도 1000억 원 공모에 1100억 원 수량이 들어왔다. 업종 리스크가 부각한 건설사도 과도한 금리만 제시하지 않으면 충분히 투자자로부터 환대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CJ가 1000억 원 공모에 1100억 원의 신청수량을 모으고도 대규모 미배정을 유발한 것도 형태는 다르지만 맥락은 비슷하다. CJ는 개별 민평보다 최대 20bp 낮게 금리를 제시했고 끝까지 희망수준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밴드 밖에 들어온 800억 원 어치 신청수량을 모두 극단값으로 보고 배정에 나서지 않았다.

◇ STX 자율협약, 워크아웃에 버금가는 조치로 받아들여져

현대로지스틱스(BBB+), 무림캐피탈(BBB+)은 수요예측에서 단 한 곳의 투자자도 유치하지 못했다. 2일 발행을 완료한 한진해운(A-) 역시 최종 청약까지 수요가 나타나지 않았다.

BBB급과 해운업종 자체에 대한 기관 투자 수요가 사실상 전무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STX조선해양 자율협약 신청과 계열 전반의 신용등급 강등이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가능성도 커졌다. 그나마 비우량 회사채 시장을 지탱해주던 법인·개인 리테일 투자자들이 자금 집행에 당분간 신중한 모습을 보일 수 있기 때문.

STX조선해양은 지난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자력으로 재무개선이 쉽지 않다고 보고 채권단에 대책 마련을 요청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워크아웃에 버금가는 조치로 받아들였고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는 STX·STX조선해양·STX팬오션·STX중공업·STX엔진의 신용등급을 BBB-로 강등했다. 부정적 검토대상에도 등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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