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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출범이후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재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책금융기관 간 기능 및 업무 중복으로 정작 필요한 시기에 지원을 못하거나, 필요한 기업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정책금융기관 재편은 그 동안 부처 간 이기주의나 정책금융기관 간의 조직 논리 등으로 인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벨은 산업은행 등 핵심 정책금융기관의 업무와 역할 점검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3년 04월 19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의 정책금융기관 재편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정책금융공사(KoFC)다. 올해 결산부터 구조적 손실이 불가피한데다, 공사 본연의 업무 및 기능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中企대출·국외사업 등 업무 중복 다반사…과열경쟁으로 비효율 발생
정책금융공사는 2009년 산업은행 민영화를 골자로 한 산은법 개정에 의해 정책금융부문을 따로 떼어내 설립됐다. 이후 중소기업 금융(on-lending), 신성장동력 사업지원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정책금융기관과 업무가 상당부분 중복되면서 독창적인 정책금융지원 역할이 애매모호한 상태다. 특화된 업무가 없다보니 다른 정책금융기관과 자칫 경쟁관계가 형성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온렌딩 대출의 경우 서강대 산학협력단이 작성한 '정책금융시장의 경쟁환경과 신용보증기금 발전방안('13.3)'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기술보증기금과 중복지원 비율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보증 지원을 받은 기업에 정책금융공사가 다시 융자를 해준 것이다.
온렌딩 대출은 시중은행이 기업 대출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서 공사의 외화자금을 받아 적격기업에 지원하는 간접대출 상품이다. 공사의 전체 지원 규모에서 온렌딩 대출은 39%('12년 말)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공사의 온렌딩 대출은 신·기보 보증서 담보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중복 지원 가능성은 없다"며 "다만, 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으로 개별 사업이 아닌 일부 업체 단위로는 대출 종류가 많아 중복 문제가 발생할 수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금융공기업 감사 보고서('13.3)에서도 공사와 다른 정책금융기관 사이의 업무 중복 문제가 지적됐다. 감사원은 공사가 산업은행과 대기업 여신을 중심으로 서로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경쟁하는 등 양 기관의 업무가 뚜렷이 나뉘지 않아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문제 삼았다.
수출입은행과 국외자원 개발사업에서 과열 경쟁을 벌이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공사가 창사 이래 지난해까지 가스전 인수, 탄광 개발 등 사업에 대출·보증을 한 실적은 1조9000억 원이다. 지난해에는 수출입은행이 미국의 한 유전을 인수하려는 대기업과 만기 3∼7년으로 대출 지원을 협의하는데 공사가 10년 만기에 저금리로 지원할 것을 약속해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사 출범과 함께 수출지원 금융기관, 감독부처 사이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업무가 중복되고 과열 경쟁에 따른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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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적 적자 불가피…기능·역할 재정립 필요
공사의 재무구조도 취약한 상태다. 공사는 산업은행으로부터 분리될 당시 이전받은 산금채(부채)를 정금채로 차환발행하는 과정에서 매년 5000억 원 정도의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마땅한 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 결산부터 K-IFRS를 적용받는 공사는 앞으로도 구조적손실(적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의 현금증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산업은행 민영화가 중단됨에 따라 당장 손실을 상쇄하기 위한 마땅한 이익도 없게 됐다.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 셈이다.
공사 관계자는 "공사 특성상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자체적인 수익발생 요구는 반드시 필요한 사항은 아니다"라며 "현재 보유중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등 타 회사 지분 매각시 적자폭을 줄일 수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오는 2015년부터는 PEF·벤처조합출자, SOC관련 PF 등에서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자기자본(15조 원)의 10배까지 정금채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정책금융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정책금융공사 재편의 필요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다각적인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와 타 정책금융기관 간 업무 중복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기능 및 역할 등 정체성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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