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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미 기부, 사외이사 유착 연결고리 신한지주 최고…우리금융은 사외이사 자녀 학교에도 출연

안경주 기자공개 2013-05-06 10:00:49

[편집자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취임사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4월 초에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계획도 밝혔다.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체제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취지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벨은 지주사 회장 선임 등 CEO 승계 프로그램과 이사회 구성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현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3년 05월 06일 10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사외이사가 소속된 기관에 대한 기부금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과의 유착고리를 끊기 위해 은행들이 지난 2010년 1월 제정된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라 사외이사가 속한 법인·단체 등에 대한 기부금내역을 공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 사외이사 배우자·자녀 소속 법인에도 기부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우리·KB·신한·하나·NH금융지주 등 5대 지주사가 지난 2010년 이후 4월 말까지 선임(재선임 포함)한 사외이사가 소속된 학교·학회 등에 기부한 금액은 6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전 기부금액까지 합치면 11억2000만 원에 달했다.

사외이사 선임 후 기부금 규모는 신한지주가 5억7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7500만 원), 우리금융(1800만 원)의 차례로 나타났다. 하나지주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전 기부금을 집행했으나 선임 이후 집행한 내역은 없었다. 지난해 3월 출범한 NH금융 역시 사외이사 소속 기관에 대한 기부금 집행 내역은 없었다.

기부한 곳은 사외이사가 총장·교수 등으로 재직하고 있는 학교나 회장·이사 등으로 선임된 학회·연구원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우리·KB·신한금융은 사외이사가 선임된 뒤 처음 기부금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간혹 배우자나 자녀가 소속된 학교에 대한 기부금도 눈에 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자회사인 우리·광주은행을 통해 건국대와 수원대에 각각 1000만 원(발전기금)과 600만 원(장학금)을 출연했다. 이두희 사외이사(고려대 교수)의 자녀가 이들 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하거나 임용된 시점과 맞물린다.

신한지주는 2010년 서울대에 3억 원을 기부했는데, 이 곳은 윤계섭 사외이사(서울대 교수)가 몸담고 있는 곳이다. 2012년 2억 원을 기부한 광운학원(광운대) 역시 김기영 사외이사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자회사인 신한신용정보를 통해 700만 원 기부한 신용정보협회는 김석원 사외이사가 회장을 맡고 있던 곳이다.

KB금융지주는 이종천 사외이사(숭실대 교수)가 감사를 맡고 있는 한국경영교육인증원에 2011년 3000만 원을 기부했다. 2008년 임석식 사외이사(서울시립대 교수) 몸담고 있던 서울시립대에 500만 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외이사 모범규준' 제정으로 기부금 내역을 공시하게 된 2010년 이후 집행된 기부금만 5억9300만 원에 달해 경영진과의 유착고리를 끊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사외이사가 속한 단체에 기부한 내역을 공시토록 하면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의 유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론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기부내역

◇ 신한금융그룹 사외이사 소속 법인 기부 최대

금융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감시가 덜한 시중은행과의 유착은 더 은밀했다.

우리·KB국민·신한·하나·외환·농협은행 등 6개 국내 시중은행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소속된 학교 등에 기부한 금액은 8억8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기부금 규모는 신한은행이 5억8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우리은행(1억9600만 원), KB국민은행(1억1000만 원) 순이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사외이사 선임 이후 기부금을 집행한 내역이 없었다.

시중은행 역시 사외이사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나 학회·연구원 등에 기부하고 있었다. 특히 사외이사 선임 전 기부금까지 포함하면 40억 원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을 위해 기부금을 집행한 것이고 사외이사와 관련된 기관일 경우 모두 공시하라고 해서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중은행은 사외이사 선임 이후 기부금 집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은승표 사외이사(영남대 교수)가 몸담고 있는 영남대나 김정식 사외이사(연세대 교수)가 이사로 있는 한국금융학회 등에 대해선 사외이사 선임 이후 기부금을 집행하지 않았다.

다만 이 같은 현상은 착시 현상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경우 그동안 기부금으로 처리해오던 것을 영업비용으로 처리하는 등 계정을 바꿔서 집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의 공시 방식으로는 기부금을 통한 유착고리를 끊어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시 내용만으로는 기부금의 성격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 사외이사 기부금 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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