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우리금융, 제왕적 권력구조 불투명한 임원인사·경영권 침해 소지…인사규정 명문화해야
윤동희 기자공개 2013-04-25 08:00:35
[편집자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4월 초에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계획도 밝혔다.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체제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취지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벨은 지주사 회장 선임 등 CEO 승계 프로그램과 이사회 구성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현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3년 04월 25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지주사 회장은 어느 수준까지 권한을 갖는 게 옳을까. 지주사가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원 컴퍼니' 개념이라면, 지주사 회장이 자회사 임원단까지 인사권을 행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회장이 원칙 없이 측근 인사를 챙기기 위해 암묵적으로 인사압력을 넣거나 자회사의 세부 경영현안에까지 관여하는 것은 월권 행위에 가깝다.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는 대부분 계열사 인사에 관여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경영발전보상위원회(이하 '경발위'),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 KB금융지주는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 우리금융지주는 자회사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 대표이사 추천위원회 등에서 은행장과 계열사 CEO를 뽑는다. 이들 기구에는 모두 지주사 회장이 참여하고 있다. 회장 외에는 지주사 별로 구성원이 다르다.
◇ 인사권 개입 자체는 OK…행사 방식 투명성 문제
일관성 있는 전략으로 그룹을 경영하기 위해, 회장이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에 개입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 회장 단독으로 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아니라, 위원회를 조직해 최소한의 감시 체제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대표이사 선임 이슈는 크게 문제로 지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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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행장, 부사장 등 자회사 임원직급에 대해서도 4대 지주 모두 회장의 의사가 개입된다. 하지만 실제 회장 권한이 실행되는 시스템에 있어서는 지주사 별로 차이가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대표이사를 선발하는 자경위에서 임원단 인사까지 총괄한다. 가장 최근의 예로 신한지주는 지난해 12월 자경위를 열고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캐피탈 부사장 등 총 12명의 계열사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지주사의 본연의 역할이 자회사 경영진 관리"라며 "부행장, 부사장은 대표이사의 후보군이 되기 때문에 임원 인사까지 한꺼번에 총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는 경발위 하단에 별도로 관계회사경영관리위원회(이하 '관경위')를 두고 임원 후보를 심의한다. 관경위는 지주사 회장과 사장, 은행장 2명, 증권사 사장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 임원 임명권은 각 자회사의 대표이사가 갖고 있지만 관경위에서 후보에 부적격 판단을 내렸을 경우 행장이나 사장 자의대로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 모두 명시적으로 자회사 대표이사에게 임원 임명 권한을 주지 않거나 견제하는 장치를 갖고 있는 것이다. 지주사 회장을 포함한 위원회를 구성해 그룹 계열사 인사를 모두 총괄하는 구조다.
반면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임원 임명 권한을 자회사 대표이사에게 주고 있다. 정확하게 KB금융지주는 임명권은 대표이사에게 있으나 선임 전에 지주사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부 규정에 마련해 뒀고, 우리금융지주는 대표이사가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구조다. 명시적으로는 대표이사에게 권한을 주고 있지만 여지를 남겨둬, 회장이 비토를 내면 자회사 대표이사가 원하는 인사가 자리에 앉을 수 없도록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일례로 A은행은 최근 주주총회 시간이 당초 계획보다 7시간 가량 늦어졌는데 회장의 측근 인사로 알려진 수석 부행장 임명의 건에 대해 컨펌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B은행도 2011년 부행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회장 측근 인사를 대거 영입, 고속 승진시켰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C부행장의 연임도 지주사 회장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는 소문도 공공연하다. 비공개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구조라 암묵적으로 '자기 인사 챙기기'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유형에는 지주 회장이 자회사 대표이사부터 인사에 일체 손을 대지 않는 핸즈 오프(Hands off)와 전권을 행사하는 핸즈 온(Hands on) 방식이 있고, 그 중간 형태인 전략적 설계자 모델이 있다"며 "국내 지주사들은 전략적 설계 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하면서도 암묵적으로 회장이 인사와 경영에 참여하는 핸즈 온의 행태를 일부 보여 이를 막는 규제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 관계자는 "임원 인사에 회장이 개입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왜 선임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필요하다. 또 은행은 타 자회사에 비해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회장 단독의 전결로 부행장 인사를 처리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하나금융이나 신한지주처럼 위원회를 결성하면 회장이 인사에 어떻게 개입하든 의사록이 남기 때문에 투명성이 유지되고 책임소재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회장이 행장행세…자회사 경영권 침해문제도
지주사 회장의 전횡 문제는 인사권 뿐만 아니라 경영권에서도 불거진다. 지주사 회장이 그룹 차원의 비전 제시에 그치지 않고, 계열사의 세부 경영 현안에까지 시시콜콜 관여하기 때문이다. 임원 인사와 마찬가지로 지주 차원에서 꼭 필요한 조치라면, 지시사항을 문서로 남겨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례로 D 회장의 경우 은행의 각종 프로젝트와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이 같은 모습이 금융위원회에서 회장이 제왕적 권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단초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D 회장은 지난 1월 E 펀드 결성 소식을 알렸는데, 이는 F은행 이사회에서 결의가 나기 전이다. 펀드 성격상 F은행이 주요 출자자로 들어가는 만큼, 은행 이사회 결의를 거친 후에나 공표될 사안을 회장이 미리 발표해버린 것이다. 이 외에도 F은행의 우량 중소기업 발굴·지원사업인 '히든스타 500', 부동산관리 서비스인 부동산 알리지(R-easy), 대학생 층을 공략한 특화점포 설립 등 D 회장이 언론 전면에 나선 프로젝트가 다수 있다.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지주사 회장이 공공연하게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장이 지나치게 은행 일에 간섭하고 은행장과 동일시 된다면 굳이 행장과 구분해 지주사 회장 자리를 만들어 놓을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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