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5월 07일 08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인이 1000년 동안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은 타민족에 대한 개방성과 유연함 때문이었다"고 설파한다. 로마제국이 거대한 식민지를 통치할 수 있었던 배경에 현지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는 개방정책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식민지를 개척할 때 현지인을 적극적으로 등용해 믿고 맡겼다. 트라야누스 황제는 로마의 식민지였던 에스파냐 남부 출신이다.기업경영도 다르지 않다. 출신에 따라 편을 가르면 조직이 쪼개진다. 능력에 따른 탕평인사를 해야 화합이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KB금융이나 우리금융 CEO의 통치술은 실패한 경우에 가깝다. 점령군처럼 외부에서 친위부대를 데려와 조직을 장악하려 했다. 내부 출신을 믿고 맡겨야 하는데, 믿지 못하니까 외부 출신을 데려오는 것이다.
과거 김정태 행장이나 강정원 행장 모두 핵심 요직에 외부 인사를 앉혔다. 어윤대 회장도 다르지 않았다. 보직 해임된 박동창 KB금융지주 전략담당 부사장은 어 회장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이자 사제지간이다.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은 주진형 상무 등 삼성증권 출신을 중용했다. 내부 출신인 이팔성 회장은 적극적으로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지는 않았다. 대신 옛 한일은행 출신을 우대했다.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은 고질적인 채널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이다. 국민은행은 2001년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이 대등합병해 탄생한 금융회사다. 1채널(옛 국민은행 출신)과 2채널(옛 주택은행 출신)간의 갈등이 10년 넘게 남아있다. 우리은행은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하고, 이후 평화은행을 흡수합병해 만들어진 곳이다. 그 만큼 국민은행보다 채널 갈등의 역사가 길고, 갈등의 골도 깊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채널 갈등은 두 조직의 안정과 발전을 해쳤다.
채널 문제를 감안하면 내부 출신이라고 무조건 반길 수만은 없다. 사실 어윤대 회장의 몇몇 인사는 채널보다는 실력을 중시한 의미있는 발탁인사였다. 이팔성 회장은 내부 출신으로 외부인처럼 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근대 정치철학이 물려준 통치술의 기본은 대중의, 대중에 의한 정치다. 내부를 잘 알면서도, 내부로부터 헤게모니를 얻지 못하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 우리금융을 시작으로 KB금융의 새로운 회장을 뽑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회장 응모 자격으로 낡고 오래된 채널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지 심사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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