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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쇼크 "ECM 한해 농사 망쳤다" 현대로템 IPO 잠정 연기...증자 추진 기업에도 후폭풍

정준화 기자공개 2013-06-24 09:16:44

이 기사는 2013년 06월 21일 12: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버냉키 쇼크'의 불똥이 국내 주식자본시장(ECM)으로 튀었다. 올 한해 농사는 망쳤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없는 한해가 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주식시장 하락과 불확실성 증대로 올해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던 현대로템의 상장 시점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주가 하락으로 유상증자 흥행에 부정적인 여파가 우려되는 가운데 ECM에서 자금 조달을 검토 중인 기업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최근 급격히 악화된 증시를 이유로 8월로 계획중이던 상장 시점을 잠정 연기하기로 주관사단(KDB대우증권, BofA메릴린치)과 합의했다. 현대로템은 당초 결산 기준 시점(3월 말)으로부터 135일 안에 상장해야 하는 '135일 룰(Rule)'에 따라 8월 13일 전까지 납입을 비롯한 모든 일정을 마무리 할 계획이었다. 지난 달 말까지만 해도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며 계획에는 차질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연내 양적 완화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으로 글로벌 증시가 큰 폭 하락세를 보이면서 8월 상장은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대로템은 공모가 산정시 비교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한국·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 국내외 곳곳에 포진돼 있어 글로벌 시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코스피지수도 불과 20여일만에 1800대 초반으로 급락한 상태며, 원유와 금값도 폭락하며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양상이다.

현대로템은 일단 올해 안에는 상장한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상장 추진 시점은 11월로 예상되고 있다. 135일룰에 따라 9월 중 신고서를 내고 11월 안에 상장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때까지 시장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 연내 상장 자체가 불투명해 질 수 있다.

업계에선 올해 최대어인 현대로템의 상장이 물건너 갈 경우 역대 처음으로 빅딜없는 한해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모 규모만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됐던 SK루브리컨츠와 현대오일뱅크는 실적 악화를 이유로 상장을 무기한 보류했다. 현대로지스틱스나 포스코건설 역시 연내 상장 계획을 접은 상황이다. 미래에셋생명 등 생보사의 상장도 힘들 전망이다.

버냉키 발언의 불똥이 튄 곳은 IPO 시장 뿐만 아니다. 최근 유상증자를 진행중인 대성산업, 게임빌, 이녹스 등 다수 기업들도 시장 상황이 지속적으로 좋지 못할 경우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대성산업의 경우 지난 달 말 1만1000원 대에서 움직이던 주가가 이달 들어 8000원 후반대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공모 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630억 원에서 5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성산업의 공모 규모는 최종 발행가가 확정되는 오는 26일 결정되며, 일반공모는 내달 4~5일 이틀간 진행된다.

900억 원대 유상증자를 진행중인 게임빌도 공모 규모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11만 원대 움직이던 게임빌 주가는 지난 12일 유상증자 결정 소식 이후 7400원 대 수준까지 급락했다.

현대상선과 같이 ECM에서 자금 조달을 검토 중이던 기업들도 급작스런 시장 변화에 노심초사다. 3000억 원 규모의 한진해운 BW 발행 성공에 자극을 받은 현대상선은 비슷한 규모의 BW 발행을 검토 중이지만 시장 상황 악화로 인해 선뜻 진행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IB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이 급락한데다 여파가 장기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ECM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며 "올해 ECM 농사는 망쳤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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