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9월 25일 11: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2년 만에 글로벌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발행 당시 시장의 여건은 썩 좋지 않았지만 가격(금리) 결정에서도 투자자모집에서도 모두 선방했다는 평가를 들을 만 했다.미국의 양적완화 유지 결정이 호재로 작용하던 시기를 지나 오히려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마침 글로벌본드 시장에 한국물 발행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기에도 불리했다. 내부적으로는 민영화 추진과 기업여신의 부실 문제가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5억 달러의 발행예정액을 훨씬 웃도는 20억 달러 이상의 주문이 들어왔다. 이에 힘입어 발행 금리도 처음 제시했던 수준보다 15bp가량 낮출 수 있었다.
◇ 민영화와 기업금융 익스포져에 투자자 질문 쏟아져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5일 새벽 5년 만기 글로벌본드 5억 달러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수익률(T)+160bp'로, 쿠폰금리는 2.875%, 일드수익률은 3.018%다. 우리은행은 24일 오전 공모 달러채권 발행을 공식적으로 선언(Announce)하고 투자자모집을 시작했다. 최초 제시금리는 'T+175bp(area)'였으며 북 빌딩 속도를 감안, 'T+165±5bp(area)'로 한차례 가이던스가 수정됐다. 결국 이니셜 가이던스 대비 15bp 낮은 수준에서 발행을 성사시켰다.
타이밍은 썩 좋지 않았다. 전주 호재로 작용했던 미 연준의 양적완화 유지 결정은 이번주 들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발행시장에는 리스크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발행 당일 한국물 가산금리는 3~5bp씩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은행의 어나운스 당시 잔존만기를 감안한 국민은행 채권의 유통금리 이론가가 'G+151~152bp'정도였지만, 프라이싱을 할 때에는 'G+155bp'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추석 연휴 이후 줄줄이 한국물 발행이 대기하고 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이미 눈높이가 높아진 상태. 지금 안 사도 다음에 나오는 비슷한 물건을 사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발행자에게는 어려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금융산업보다는 일반 기업물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더 높은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한창 이슈화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있었다. 또 기업금융을 많이 하는 은행이다 보니 STX그룹이나 건설 등 익스포져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발행전 다녀왔던 해외 넌딜로드쇼(NDR)에서 투자자들은 민영화 이슈와 건설 등 익스포져에 대해 많이 질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은행은 민영화 이슈는 이미 몇년 전부터 얘기되어 왔기 때문에 새로운 리스크 요인은 아니며 민영화나 익스포져 이슈가 은행 영업력이나 자산 건전성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 악재 속 20억불 주문 모으며 선방…한국물 발행대기물량 많은 상황, 시기선점이 관건
결과적으로는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20억 달러가 넘는 주문이 쌓였고, 2년 반 만의 공모 달러화채권 발행은 성사될 수 있었다. 투자자 주문은 160개 기관에서 20억 달러 가량 들어왔다. 지역별로는 미국 28%, 유럽 17%, 아시아 55%의 비중을, 유형별로는 펀드 41%, 은행 29%, 보험 19%, 공공기관 5%, PB 6%의 비중을 나타냈다.
이번 채권의 발행금리는 2016년 1월 만기인 우리은행의 기존 유통채권과 비슷한 수준에서 발행됐다. 비슷한 등급인 외환은행 2018년 만기 채권과 대비할 때는 프리미엄을 조금 더 준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주 들어 악화된 시장 상황과 오랜만에 나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가격이었다는 평가다.
시장여건이 나빠지기 시작한 초기여서 앞으로 대기한 한국물 발행에 비하면 안정적으로 발행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물 발행시장은 9월 들어 매주 2~3건 이상의 발행이 이뤄지는 등 어느 때보다 발행물량이 밀려 있다. 출구전략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되도록 빨리 발행시기를 잡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채권 발행을 위해 바클레이즈,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도이치증권, HSBC, JP모간, 스탠다드차타드, 우리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발행을 준비해 왔다. 이번 채권의 납입일은 오는 2일이다.
이번 채권은 우리은행의 올해 세 번째 해외 공모채권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2년과 3년 만기로 나눠 300억 엔 어치의 사무라이본드를, 지난 3월에는 3년과 5년, 7년 만기로 나눠 80억 바트 규모의 바트화 채권을 발행했다. 공모 달러화 채권 발행은 지난 2011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당시 우리은행은 10년 만기의 글로벌 후순위채권 5억 달러를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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