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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신탁계정에 바터와 파킹이 난무? [증권 신탁, 무엇이 문제인가]②고유계정 관리용 바터거래·부실 감추기용 파킹 등 성행…방화벽에 구멍

임정수 기자공개 2013-10-21 15:17:26

[편집자주]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 신탁상품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탁상품은 최근 수년간 증권사들의 영업확장에 주로 활용되면서 급성장해 왔지만, 투명성이 극히 낮을 뿐 아니라 사실상 불완전판매가 만연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정기예금 기업어음, 신용연계 기업어음 등 그림자금융의 온상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향후 국내 금융시장의 위기를 불러 올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증권사 신탁상품의 실태를 조사·분석하고 적절한 시장규율(Market Dicipline) 체계의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3년 10월 17일 1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들이 고유계정과 신탁계정 간의 거래를 금지하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서로 신탁계정을 개설해 준 뒤 고유계정과 거래하는 일종의 '바터(barter)' 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렇게 만든 신탁 계정에 미처 시장에 팔지 못한 미매각 기업어음이나 회사채 등을 숨기는 파킹(parking)을 행하거나 신탁 고객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내 고유자산 운용과 신탁 간 정보 공유를 차단하는 방화벽(차이니즈월)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고유 계정의 수익률 제고와 포지션 관리를 위해 암암리에 정보를 공유하면서 신탁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힐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 고유계정 관리 위해 타 증권사 신탁과 바터…부실 감추기 파킹 거래도 성행

증권사들이 고유계정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타 증권사 신탁을 활용하는 일종의 바터 거래가 종종 일어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유 계정의 포지션 관리를 위해 타 증권사 신탁을 통해 개인 투자자 등에 내다 판다는 것이다. 이는 한 회사 내에서 고유 계정과 신탁 계정 간 거래를 금지한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 거래다.

일례로 A 증권사 고유 계정에서 운용하고 있던 채권이나 CP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대부분은 시장에 내다 판다. 하지만 신용도가 떨어지거나 금리 메리트가 없으면 기관투자자가 거래하는 장외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 만만치 않다. 판다고 하더라도 손실을 많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경우 B 증권사 신탁 계정에서 팔 수 있는 지를 문의한다. 소매로 팔거나 신탁에 담아 개인투자자에게 팔 경우 감수해야 하는 손실이 적기 때문이다. B 증권사에서 받아줄 수 있다고 할 경우 A 증권사는 해당 유가증권을 신탁에 넘긴다. B 증권사는 매수한 유가증권을 일정 마진을 남기고 개인 투자자에게 팔아 넘기는 식이다.

역으로 자기 증권사 신탁에 편입돼 있던 CP 등 유가증권이 부실화될 경우 다른 증권사 신탁에 매도한 뒤 고유 계정으로 신탁에 가입하는 방식의 일명 파킹(parking) 거래도 종종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증권사가 신탁 자산의 부실로 평판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기 신탁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피해 벌이는 돌려 막기다.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자금순환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가 보유한 신탁 자산은 7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이들 중 일부가 이러한 파킹 거래에서 보유하게 된 신탁 자산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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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은행)

유사한 거래가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발각되기도 했다. 동양증권은 계열사가 발행한 유가증권을 인수해 신탁에 편입하는 것을 금지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다른 증권사가 인수토록 한 뒤 사전에 협의된 가격으로 다시 신탁에서 유가증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지원했다.

한맥투자증권 신영증권 SK증권 등과 함께 이러한 방법으로 1조 2000억 원 가량을 거래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공개(IPO) 때에는 다른 증권사가 인수한 주식을 신탁에 편입할 수 없다'면서 "채권이나 CP는 다른 증권사가 인수한 물량을 신탁으로 편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거래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신탁운용팀 관계자는 "바터와 파킹은 신탁과 고유 계정 간 거래 금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많이 일어난다"면서 "이 과정에서 수익률이 꽤 높은 채권이나 CP가 거래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나 고유 계정의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방화벽 있어도 신탁-고유 간 정보 공유 방법 많다

증권사의 고유자산 운용과 투자 매매업, 신탁업 간 정보 공유를 차단하도록 한 방화벽 규제는 자본시장법 50조 등에 법과 규정으로 명시돼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자기 돈과 고객 돈을 서로 철저하게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심지어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금지된다.

두 계정 내 자산이 섞이거나 정보가 공유될 경우 상호 간의 이해상충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신탁 자산을 빼서 고유 계정의 손실을 메우는 등 계정 간 거래로 인해 투자자가 손실을 입을 수 있고, 양 계정 간의 정보 공유 또한 통정매매 시세조정 등에 부당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방화벽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들이 흘러 나온다. 실제로 고유와 신탁 간 정보 공유는 공공연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증권사 신탁운용팀 관계자는 "조직을 분리하고 전화통화나 메신저를 차단하는 등의 물리적인 방법으로 방화벽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 회사 내에서 고유 신탁 중개나 판매 등이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서로 간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면서 "사실 상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방화벽에 대한 관리 자체가 느슨하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탁과 고유 간 방화벽은 이미 세밀하게 규제로 만들어져 있다"면서 "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100% 정보 공유를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 별로 방화벽을 관리하는 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방화벽이 느슨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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