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애지중지 '하이텍'마저 내놓은 이유는 메탈 지분 매각 실패, 채권단 약정 지키기 어려워 '결단'
김장환 기자공개 2013-11-19 06:55:00
이 기사는 2013년 11월 18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부그룹이 애착을 갖고 있던 사업체인 동부하이텍마저 매물로 내놓은 직접적 배경으로 동부메탈 지분 매각 실패가 꼽히고 있다. 동부메탈 지분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동부하이텍 자체가 '기한이익상실'이 얽힌 재무약적 이행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어려워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부하이텍은 채권단과 약속한 동부메탈 매각 시점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아직까지 이렇다 할 인수의향자를 찾지 못했다. 지난 8월부터 주관사를 새롭게 선정하고 동부메탈 지분 매각 작업에 돌입했지만 국내외를 통틀어 원매자를 찾는데 실패했다.
동부메탈은 지난 2008년 2월 동부하이텍이 금속재료사업 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로, 훼로망간(FeMn) 생산량 50만 톤 규모의 공장을 갖고 있는 정련 합금철 분야 세계 2위의 글로벌 전문 기업이다. 동부하이텍이 31.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동부인베스트먼트(31%), 동부CNI(10.01%) 등 계열사가 고르게 갖고 있다.
|
동부하이텍이 처음 동부메탈 지분 매각 의향을 나타낸 것은 지난 2010년 채권단과 신디케이트론 만기를 연장하던 과정에서였다. 2004년 동부전자는 산업은행 등 15개 대주단으로부터 1조 3000억 원대 신디케이트론을 빌어왔고, 이후 2007년 5월 합병에 들어가면서 동부하이텍으로 빚이 승계됐다. 그해 말 대주단은 대출 만기를 5년간 연장해줬고, 현재 남아있는 대출금은 6200억 원 정도다.
동부하이텍은 매물 가치를 볼 때 동부메탈 매각이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란 입장이었지만 채권단과 약속은 번번이 지켜지지 못했다. 처음 매각을 약속했던 2010년을 기점으로 합금철 시황이 침체되면서 동부메탈의 재무와 손익 모두 고꾸라지기 시작한 영향이 가장 컸다. 시장에서 1500억~2000억 원대 그칠 것으로 내다봤던 동부메탈 지분가를 3000억 원 가량에 팔겠다고 고집한 것도 매각 실패의 원인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은 동부메탈의 최종 매각시기를 올해 말로 못박았다. 지난 6월 신디케이트론을 재연장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은 만약 기한을 어길 경우 동부메탈 지분을 지접 가져와 매각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대주단의 불협화음에 따라 산업은행의 직접 책임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에 내건 약속이었다.
하지만 동부메탈 지분 매각이 올해도 수포로 돌아갈 여지가 커지면서, 동부하이텍은 심각한 압박에 부딪혔다. 무엇보다 대주단과 맺었던 대출약정 이행의무 자체를 지켜내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올해 말 기준 부채비율 300% 이하, EBITDA/이자비용 3.0배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기한이익상실' 조건에 걸리게 된다.
|
올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동부하이텍의 부채비율은 350%, EBITDA/이자비용은 1.9배다. 업황을 볼 때 3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재무구조를 유지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동부메탈 지분 매각 실패를 고려하면 연말까지 생각했던 수준의 자금유입도 어렵다. 이에 따라 약정 조건을 지켜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말 동부하이텍이 조건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기준선을 완화해줄 수 있다는 생각은 품고 있지만 여타 대주단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지켜오지 않았던 약속이어서 만기를 연장해주는데 대주단의 불협화음이 많았다"며 "만약 올해 안에 메탈 지분 매각에 실패하고 약정이행조건마저 맞추지 못할 경우에는 동의가 어렵다"고 전했다.
결국 동부그룹이 동부하이텍마저 매물로 내놓게 된 것은 기한이익상실 조건에 따른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관계자는 "약정은 상황에 따라서 많이 바뀌는 건이기 때문에 채권단과 조건 변경에 대한 합의는 어느 정도 이뤄져 있는 상황이었다"며 "채권단에서 구조조정을 확실히 알릴 수 있는 매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김준기 회장이 아끼는 동부하이텍을 내놓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 및 채권단은 SPC를 설립해 동부그룹이 내놓은 자산을 매입하고 되파는 매각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상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부그룹의 자산 매각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기 위해 연내 SPC를 설립할 계획"이라며 "동부가 직접 지분을 매각하는 것보다 시간 및 비용 측면에서 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정철 브이티 공동대표, 140만주 매각 예고
- [i-point]시노펙스, 유튜브 통해 적극 주주 소통
- [코스닥 상장사 매물 분석]빅텐츠 인수 예고한 나노캠텍, 내실 다지기 '글쎄'
- [IR Briefing]'경영권 분쟁 일축' 에스켐 "OLED 소재 전문 공급사 도약"
- [Company & IB]SK·LG 이은 '빅 이슈어' 한화, KB증권으로 파트너십 '이동'
- 우리금융, CEO 장기 승계 프로그램 가동…후보군 면면은
- 최규옥 전 오스템 회장, 주성엔지 투자 방침 '유지'
- [한미 오너가 분쟁]'직접 소통' 약속 지킨 신동국, 소액주주연대 '지지' 화답
- [SK스퀘어 밸류업 구상 점검]인크로스, 'T딜+AI' 신성장동력 확보 속도
- [저축은행경영분석]NH저축은행, 흑자전환 지속 가운데 건전성 관리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