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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근무 법제화 '어리석은 발상' [thebell desk]

김현동 차장(금융팀장)공개 2014-01-10 09:31:20

이 기사는 2014년 01월 09일 11: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흔히 금융에서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없다고 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발표한 '2013 글로벌 500' 기업 순위만 봐도 그렇다.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14위) ㈜SK(57위) 현대차(104위) 뿐이다. 금융회사는 삼성생명(427위)이 유일하다. 2012년 449위였던 우리금융지주는 아예 밀려났다.

영국의 '더 뱅커'지가 발표하는 '2013 세계 1000대 은행' 순위를 봐도 다르지 않다. KB금융그룹 68위, KDB금융그룹 69위, 우리금융그룹 72위, 신한금융그룹 73위, 하나금융그룹 81위 등에 불과하다.

포춘의 '글로벌 500' 순위를 매기는 기준은 매출액과 순이익 규모다. 더 뱅커지의 기준은 기본자본이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킬러 제품을 만들거나, 우월한 경제 규모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톱 10에 들기 어려운 구조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바로 국내 유일의 전업 재보험회사 코리안리(Korean Reinsurance)다.

코리안리는 이미 2002년부터 아시아 1위 재보험회사였다. 2013년에는 세계 톱 10에 진입했다. 미국의 보험사 전문 신용평가 기관인 A.M. Best에 따르면, 코리안리의 2012 회계연도 수재보험료(매출)는 51억1300만 달러로 세계 9위다. 규모로만 보면 중국의 국영 재보험회사 차이나리(China Reinsurance)에 조금 뒤진다. 그러나 보유보험료 기준으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 10이다. 보유보험료란 인수한 위험을 다른 재보험사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보유한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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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리나 스위스리 같은 글로벌 재보험회사는 13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설립된 지 50년밖에 되지 않은 코리안리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은 그 비결을 '인재'로 꼽는다. 원 사장이 작년 6월 취임일성으로 전문가 육성과 내실 경영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순환근무제 폐지다. 3년에 한 번씩 직무를 바꾸는 순환근무제로는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글로벌 재보험회사의 언더라이터(underwriter) 복무 기간은 20~30년에 이른다고 한다.

코리안리는 글로벌 전문인력 육성을 통해 20% 수준에 불과한 해외 매출 비중을 2050년까지 80%로 끌어 올린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무형의 리스크를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야 글로벌 금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은행권 내부통제 강화 TF'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꺼낸 카드는 명령 휴가제와 순환 근무제 법제화다.

명령 휴가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제대로 이행하는지 점검하기만 하면 될 일이다. 순환 근무제는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당장 금융 사고 좀 줄여보자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올해 들어 은행과 증권사 등은 신규 수익원으로 자산 관리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자산 관리 영업의 성공 여부는 우수한 프라이빗 뱅커(Private Banker) 확보에 달려 있다. 현장의 PB들은 순환 근무제로 인해 전문성을 키우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PB는 고객의 집사라고 하는데, 3년마다 주인을 떠나는 PB가 집사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대책이 글로벌 금융과 금융 인재 양성을 가로막는 과잉 규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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