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막힌 현대오일뱅크, 채권 시장에선 통할까 [발행사분석]2012년 최악 실적 이후 개선세…기업공개 재추진 여부도 관심
정준화 기자공개 2014-01-20 13:38:25
이 기사는 2014년 01월 17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1년여 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만기도래채 차환을 위해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들고 투자자 앞에 섰다. 몇 년동안 자본시장에서의 평판은 과거보다 크게 떨어졌다. 업황 부진과 대규모 투자집행으로 늘어난 재무부담이 쉽게 줄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그룹 편입 후 의욕적으로 추진한 기업공개(IPO)는 2년 동안 답보 상태다.이번 채권 발행은 주식시장에서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로 통한다. 장기 업황 부진의 터널을 지나 실적 개선이 가시화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주식·채권을 아우르는 기관투자가의 시각을 파악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실적 부진으로 지연돼 온 현대오일뱅크 상장 재추진 가능성도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IPO를 통한 자본확충은 그동안 대규모 투자로 제자리 걸음을 걷던 현대오일뱅크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년여 만에 회사채 시장 등장
현대오일뱅크(AA-, 안정적)가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2012년 10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지난해의 경우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가 없어 필요한 운영 자금을 3개월 미만의 단기 기업어음(CP)을 발행해 해결했다. 현재는 이를 모두 상환해 CP잔액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에 발행하는 회사채는 금리가 상승하기 전 차환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만기가 4년인 회사채 1500억 원과 5년인 회사채 500억 원으로 나눠 발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현대오일뱅크 회사채 개별민평에 -17bp~3bp를 더한 수준이다. 우리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며 오는 20일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7월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와 상반기 중 추가적인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의 보유현금은 1000억 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며,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한 이익은 대규모 투자에 활용하고 있어 당분간 회사채 차환을 지속할 전망이다.
회사채 시장에 AA급 수요가 많은 만큼 이번 발행은 별 탈 없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리 수준이 관전 포인트다. 정유산업 업황이 조금씩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현대오일뱅크 IPO라는 주요 이벤트를 추진 중인 가운데 진행되는 발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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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대규모 투자...재무개선은 '제자리 걸음'
현대오일뱅크는 매년 적게는 4000억 원에서 많게는 8000억 원 사이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다각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다보니 재무실적은 제자리 걸음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1조 원 규모의 MX(혼합자일렌) 합작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가질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5000억 원 이상의 투자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이 당분간 지속되는 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1년에도 일본 코스모석유와 합작을 통해 총 공사비 5300억 원이 투입된 제2 BTX 공장을 지었다. 또 지난 2012년 쉘(Shell)과 합작한 후 충남 대산에 윤활기유 공장을 건설 중이다. 투자규모는 약 3억 달러다.
2012년 코스모석유와 쉘과의 합작과 관련한 투자비용은 2300억 원, 2013년은 2700억 원이며, 올해도 2000억 원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연간 1500억 원 안팎의 시설 유지보수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2~3년간 4000억 원가량의 투자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벌어들이는 돈의 상당부분을 투자비용으로 지출하다 보니 차입금 감축이 쉽지 않았다. 순차입금은 3조 원 언저리에서 큰 변동이 없고, 부채비율 역시 200% 안팎에서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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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재추진 할까...흥행의 또 다른 변수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1년 10월 국내외 증권사 6곳을 주관사로 선정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왔다. 대규모 투자로 재무구조 개선이 더딘 오일뱅크에게 있어 상장을 통한 자본 확충은 재무개선을 위한 지름길일 수 있다.
상장의 주된 목적은 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의 구주 매출로 알려졌지만 현대오일뱅크가 대규모 투자를 꾸준히 진행 중인 만큼 신주 발행 가능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2조~3조 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현대오일뱅크는 상장 시 신주 발행을 통해 최대 1조, 적게는 수 천억 원을 조달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한 대규모 자본 확충은 급격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IPO를 검토하던 2011년 5947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2012년 경기 악화로 인해 영업이익이 3084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처럼 악화된 실적 탓에 2013년에는 IPO 작업을 진행조차 하지 못했다.
2013년의 경우 정제마진이 다소 개선된 움직임을 보인 덕에 5000억 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개선에 올해 상장 재추진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회복 기대도 조금씩 커지고 정제 마진도 개선되고 있어 연내 IPO 재추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IPO는 현대오일뱅크의 재무개선을 가속화 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사측이나 주관사 간에 구체적인 상장 재추진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아직 좋은 밸류에이션을 평가받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보고 추후 개선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주관사 관계자는 "상장 재추진에 대해 특별히 얘기가 오가는 것은 없다"며 "실적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지난 2011년만 못한 상태에서 상장을 진행하지는 않는다는 분위기여서 추가적인 실적 개선 여부를 확인한 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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