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또 막차 타는 건 아닐까 국내 증권사, 선진국 주식형 적극 추천..일부 IB, 거품 경고
이승우 기자공개 2014-02-07 12:27:51
이 기사는 2014년 02월 03일 19: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 주식형 펀드가 역대 최고의 붐(boom)을 누린 때는 지난 2006~2007년. 중국 증시와 베트남 증시가 국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2007년 한해에 해외 주식형펀드로 50조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그러나 '묻지마투자'에 가까웠던 붐은 깊은 상처만을 남겼다. 이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더니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며 순자산의 절반 이상을 날린 펀드가 허다했다.해외펀드의 중흥기가 온 것일까. 국내 증권사들이 너나없이 올해 추천상품으로 해외펀드를 진열하고 있다. 이번 투자대상은 베트남이나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체력을 회복하고 있는 선진국 주식시장이다. 그동안 주가가 꽤 올랐지만 상당기간 상승흐름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며 거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7년 전 경험한 것처럼 또 다시 막차를 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꿈틀대는 해외펀드 투자..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국내의 해외펀드 설정액은 여전히 감소세다. 그동안 부진했던 중국과 베트남, 브라질 등의 주가가 금융위기 이후 일정 부분 회복되면서 큰 손실을 봤던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 지역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개도국에서 빠진 자금을 메우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의 국가별 주식형 해외펀드 설정액을 분석해보면 해외펀드 중 그나마 설정액이 늘어나는 지역이 미국과 유럽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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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국내 증권사들의 전략상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선진국 주식펀드'다. 대부분 미국과 유럽에 투자하기를 권하고 있는데 일부 증권사는 종목까지 짚어주며 직접 투자도 나쁘지 않다고 추천했다. 미국과 유럽 주도의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지난해까지 수익률이 괜찮았던 것이 추천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증권업계가 7년 만에 해외펀드 '바람'을 조성하고 있다.
추천 펀드 중 해외펀드가 절반 이상이고, 또 해외펀드 중 미국과 유럽 투자 펀드가 절반 이상인 삼성증권은 글로벌 경기 회복의 중심에 미국이 서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의 양적 완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것이고 물가와 고용지표 개선이 소비확대로 이어진다는 근거에서다. 현재 주가수준이 강세장 초기 단계인 2009년과 동일하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유럽 역시 미국과 경기회복의 궤를 같이 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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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금도 미국과 유럽 투자 펀드로 이미 많이 몰렸다. 미국의 경우 2012년 중반 주식시장으로 본격적인 자금 유입이 이뤄졌다. 우리나라도 발 빠른 투자자들이 이미 지난해 선진국 증시 투자에 대거 나섰다. 올해는 선진국 투자자가 더 늘어나면서 선진국 주식 펀드의 대중화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증권사와 은행 PB는 "미국과 유럽 위주의 펀드 투자는 올해에도 유효하다"며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자를 더욱 확대해내 갈 것"이라고 밝혔다.
◇ 부담스러운 주가..일부에선 거품 경고
미국 S&P500의 경우 2000년대 초반 IT버블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주가를 넘어섰다. 2009년 상승세로 돌아선 S&P500 지수는 직전 저점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영국의 FTSE와 독일의 DAX지수 역시 S&P500과 유사한 흐름으로 상승세를 탔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같은 미국과 유럽 증시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선진국 대세론을 거스르기조차 어려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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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미국과 유럽에서는 슬슬 발을 뺄 때가 아니냐는 투의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주가가 이미 너무 올랐다며 거품이 끼었다는 진단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10% 이상의 기술적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67%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다음날 투자책임자(CIO)가 번복을 했지만 내부에서 상당한 의견충돌이 있음을 노출한 셈이 됐다. 골드만삭스는 보름쯤 후인 27일, 유럽 주식시장의 단기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업 이익 대비 유럽의 주가수준이 낮지 않다는 것이다.
메릴린치는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설문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펀드매니저 72%가 미국 주식이 고평가돼 있다고 답을 한 것이다. 메릴린치는 유럽 증시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이웬 카메론 왓트 최고투자전략가는 "올해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주스를 쥐어짜듯 위험자산(주식)에서 수익을 끌어내야 하는 해"라며 "과일이 마르기 시작하면 버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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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펀드자금의 동향을 집계하는 EPFR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선진국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유입 규모는 둔화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진국 증시가 여전히 좋을 것이라고 하는 건, 어쩌면 전망이 아니라 희망이거나 이해관계가 개입된 것일 수 있다"며 "국내 증권사 전략 상품이 모두 선진국 주식에 투자하라고 외치는 건 분명한 쏠림"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모든 증권사가 한 목소리로 투자를 종용할 때가 늘 꼭지였다"며 "펀드가 단기매매에 적합한 상품도 아닌데, 향후 2~3년 이후를 내다보지 않고 당장 좋아보인다고 뛰어드는 건 위험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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