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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과잉보호' 상법개정·유상증자

이승우 산업1부장공개 2025-04-10 07:15:05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8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 2조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6000억원. 유상증자 빅딜이 재계의 핫 이슈다.

공통점이 있다. 채무 상환을 위한 불황형 유상증자가 아닌 미래를 대비한 선제적 자금조달이라는 점이다. 돈에 꼬리표가 달린 건 아니라지만 사업을 더 키워보자고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유럽 공장에 상당량의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일단 제동을 걸었다.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자 투자자 보호를 근거로 정정신고서를 작성하라고 '잽'을 날렸다. 겉으로는 '별 것 아닌 척'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긴장모드다.

원론적으로 유상증자는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증자 이후 지분율이 낮아지기는 하지만 자기자본이 늘어나는 만큼 기업가치도 올라가고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도 그렇게 된다. 사업을 더 크게 하는 데 돈을 태우는 투자자가 있다는 건 오히려 호재일 수도 있다. 다만 주식시장에 나올 잠재물량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수급 측면의 주가 부담은 불가피하다.

금융감독당국이 포커스를 두는 것도 주가다. 즉 증자 발표 이후 주가 그 자체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주주들을 제외한 기관 내지는 일반주주들의 입장을 철저히 대변한다. 증자로 주가가 떨어지는 게 맞다면 오너든 대주주든 누구든, 가진 주식의 가격이 같이 떨어지는데도 말이다. 여론 역시 이 대목에선 대주주들의 주식과 일반투자자들간의 주식 가치를 달리 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개정 도입 취지가 바로 이 간극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접근방식이나 논리가 유상증자와는 모순적이다.

상법개정은 일반주주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고 외치고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리스크를 부담시켜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미래 사업을 위한 리스크는 지지않고 보호만 하자는 것이다. 이는 리스크와 리턴의 기본이 안된 투자 철학이요, 당국의 투자자 과잉보호다.

이 모순은 결국 정치적 유불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보호무역주의가 부활, 기업간 글로벌 경쟁이 시작된 이 상황에서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권의 전략적 행보로밖에 읽힐 수가 없다.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를 보호하는 건 금융감독당국의 역할이다. 하지만 과잉 보호는 룰을 왜곡시켜 불합리를 만들게 된다.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한 파생상품이나 사모펀드가 손실나면 이를 보전해주는 금융당국의 과잉보호 문화가 기업들에게도 전이되고 있는 건 아닐까. 자본시장과 기업의 중간에 금융당국이 떡 하니 서서 괜한 파열음만 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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