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公 영구채 출혈경쟁…적자딜 되나 수수료·금리 경쟁 과열 양상…공기업 후속 딜 기대치 반영
임정수 기자공개 2014-04-07 09:53:03
이 기사는 2014년 04월 04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deal) 가뭄에 시달리는 투자은행(IB) 업계가 가스공사 영구채 발행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한 전쟁에 돌입했다. 가스공사가 공기업 영구채 딜의 벤치마크(BM)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트랙레코드를 쌓아야 후속 딜 참여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금리 수준이나 수수료 인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심지어 제안서 제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증권사 몇 곳도 인수단에라도 들기 위해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IB업계의 출혈 경쟁이 예상되면서 적자 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수수료 출혈경쟁 양상
투자은행(IB) 업계는 가스공사가 발행하는 영구채의 대표주관 및 인수수수료를 5bp 내외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유상증자 때 우리투자증권 등의 주관사단이 받은 수수료가 7bp에 불과해, 그 이상으로 제시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영구채 발행 규모가 7500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수수료가 3억 75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주관사와 인수단, 회계법인 등이 나눠 갖게 되면 회사당 받는 수수료는 거의 의미 없는 수준이다.
금리 경쟁도 증권사에겐 부담 요인이다. 가스공사가 제안서(RFP)를 공개하기 1~2주 전에 일부 증권사에 발행금리를 '국고5년+100bp'보다 낮은 금리로 흘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 포스코와 SK텔레콤이 발행한 영구채 발행금리에 비해 30bp 이상 낮아야 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80bp까지 제시하겠다는 증권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가 영구채 대표주관 트랙레코드를 중요한 계량 평가 요인으로 제시하면서 대표주관 실적이 미미한 증권사의 경우 수수료나 금리를 상당히 낮게 제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영구채 경험이 적은 증권사는 가격이나 수수료로 승부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표주관 실적이 많은 증권사 간 실적 차이도 크지 않기 때문에 이들도 상당히 도전적인 금리 수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주관 실적이 없는 한화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등도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금리나 수수료라도 제시해야 인수단으로라도 선정될 수 있다는 기대치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쌓기 경쟁에 수익성 '제로'…IB 출혈 커질라
가스공사 영구채를 둘러싼 IB 업계의 출혈 경쟁은 줄줄이 나올 후속 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가스공사가 영구채 발행에 성공할 경우 철도공사와 남부발전 등 다른 공기업도 줄줄이 영구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벤치마크 딜인 가스공사 건에서 실적을 쌓아야 다른 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업들은 주관사나 인수사 선정에 트랙레코드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큰 딜에서 실적을 쌓아야 한다"면서 "증권사들은 이미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출혈 경쟁 양상과는 별개로 가스공사 영구채의 위험 수준은 유상증자 때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스공사가 지난해 실시한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기존 주주의 실권 가능성이 거의 없는 딜이었다. 하지만 영구채는 인수 후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고스란히 증권사 부담으로 남는다.
장기적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유동화 수요를 찾기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낮은 공기업 영구채에 장기로 매입약정 등의 신용공여를 제공할 증권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칫 증권사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 간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딜에 참여하더라도 손실날 공산이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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