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4월 21일 11: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불과 3년 전 SK C&C의 매출에서 시스템 구축과 종합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94.4%에 달했다. 매출을 전적으로 IT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었고, 보안서비스나 콘텐츠 등 비 IT부문은 존재감이 없었다.지난해 보안서비스와 콘텐츠 부문은 각각 1000억대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기여도가 2배가량 높아졌다. 중고차 매매 사업을 담당하는 유통 부문 매출은 6000억 원을 넘어섰다. 그 결과, 비IT 부문 매출 비중은 2010년 5.6%에서 지난해 37.5%로 7배가량 높아졌다.
SK C&C의 변신은 대기업 시스템통합(SI) 계열사에 대한 사회적 규제 논의와 무관하지 않다. 대기업 계열 SI 업체들은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수혜기업으로 낙인찍히면서 외부 매출을 늘리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SK C&C 역시 한때 내부 거래 비중이 60%에 달했다. 더욱이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더 적극적인 변화를 꾀했다. 최 회장은 SK C&C 지분 3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오너 지분율이 높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와 공정거래위원회 규제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규제 회피로 설명하기에 SK C&C의 변신은 너무도 과감했다. SK C&C 사업부 재편은 최 회장이 횡령 혐의로 한참 재판을 받고 있던 지난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콘텐츠 계열사(인디펜던스)와 유통 계열사(엔카네트워크)를 흡수합병했고, 호주 업체와 온라인 자동차 유통사 합작 논의도 이뤄졌다.
그룹 오너이자 최대주주가 부재 중인 상황에서도 굵직한 의사결정이 이뤄진 셈이다. 타 계열사들이 똑같은 이유로 사업 재편 및 신규 투자가 지연됐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SK C&C에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해답의 단서는 SK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SK C&C→㈜SK'로 이어지는 '옥상옥(屋上屋)'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안팎에서는 지배구조 단순화를 이유로 SK C&C와 ㈜SK 간 합병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을 한다고 가정하면, 최 회장은 지분율 희석을 막기 위해 SK C&C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 민주화 이슈 영향으로 내부 일감을 통한 성장 전략이 막힌 지금의 상황이라면 비IT 육성과 글로벌 시장 공략은 최 회장에게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최 회장은 형 만기인 2017년 1월까지 경영 일선 복귀가 불가능하다. 경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힘은 오너십에서 나온다. 오너십은 강력한 지배구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최 회장이 부재인 상황에서 SK C&C의 변신이 더 강력한 메시지로 다가오는 이유다. 최 회장이 SK그룹 수장으로 복귀하는 그날, SK C&C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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