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4월 25일 07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비금융 일반 기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봇물을 이뤘다. 포스코, 롯데쇼핑, SK텔레콤 등이 6월 이후에만 2조 원이 넘는 영구채를 시장에 풀어놓았다. 현대상선·한진해운 등 비우량 기업도 꾸준히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올해 들어서도 한국가스공사가 7500억 원에 달하는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재무비율개선에 나선 공기업의 영구채 발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금융 일반기업의 신종자본증권은 2012년 상법 개정과 IFRS 도입으로 발행 제한이 풀리면서 확산됐다. 그런데 사실상 새롭게 조성된 일반기업 영구채 시장에 불문율로 굳어가고 있는 현상이 있다. 바로 '영구채는 사모'라는 공식이다. 지난해부터 나온 일반기업 신종자본증권은 모두 사모로 발행됐다.
사모 영구채 발행을 유도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업공시관행을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이었다. 명목적 이유는 사모 발행과 영 어울리지 않는 '투자자 보호'였다. 불특정 다수에 매매될 수 있는 공모 발행을 제한하면 투자자 보호 이슈가 발생할 여지도 희박해진다는 논리였다.
당시 금감원은 공모 하이브리드 채권 시장의 활성화를 상당히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사모에 한해 제한적인 허용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시 투명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는 사모 발행에 '투자자 보호' 논리를 내세운 것에 이견이 없을 리 없다. 투자자보호가 아니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회피 의도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구채 사모 발행이 야기하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접금융시장(ECM·DCM)에서의 기업 자금조달 통계 왜곡도 그 중 하나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자금조달 통계는 공모를 기본으로 한다. 금융당국은 물론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의 자료 역시 채무증권의 경우 무보증 공모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IPO나 유상증자 등 지분증권도 공모 발행에 한해 통계를 발표하는 게 일반적이다.
비금융 기업 영구채 시장은 이미 연간 2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커졌다. 기업의 발행 유인도 많아 연간 조달 규모는 대세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사모 발행의 확산은 시장 분석의 기본이 되는 통계의 유용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사모사채나 사모 장기 CP까지 포함하면 위험성은 배가된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원칙의 부재에서 시작한다. '공모는 옳고 사모는 그르다'라는 흑백논리를 펴자는 것이 아니다. "과연 경제적 실질이 직접금융인 유가증권에 간접금융시장에서나 통용돼 온 사모의 옷을 입히는 게 적절한가"라는 문제 제기 정도는 필요한 시점이 온 듯하다. 시장은 성격에 맞게 성장해야 뒷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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