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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한기평 배제...'미운털 혹은 전략적 판단' [Market Watch]'부정적' 전망에 핵심 계열 등급도 강등…유효등급 선제적관리 필요

황철 기자공개 2014-06-25 11:05:02

이 기사는 2014년 06월 19일 1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결국 한국기업평가는 국내 최대, 최우량 발행사인 KT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KT는 최근 회사채 추진 과정에서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에만 본평정을 맡겼다. KT는 그동안 신용평가 3사 모두에 장단기 신용등급 평정을 의뢰해 왔다.

지난 3월 KT ENS 사태 등으로 철회했던 동일 회차(186회) 회사채에도 한국기업평가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이를 감안하면 KT의 전략적이거나, 의도적인 판단 하에 한기평을 사실상 배제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KT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붙였다. 이 때문에 둘 중 한 곳은 평정 의뢰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특히 한기평은 등급 하향 조건인 재무 트리거를 명시적으로 제시해 실제 실행 의지를 높였다. AA급 핵심 계열사였던 KT스카이라이프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등 그룹 전반에 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

반면 당초 KT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까지 등재했던 한신평은 이후 AAA급으로 유지하며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부정적' 전망을 달면서도 KT에만 이례적으로 재무 트리거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는 등 미온적으로 변했다는 인상도 남겼다.

KT로서는 두 평가사 모두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리 없었다. 하지만 '한기평은 중장기적으로 신용등급을 실제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평가사'라는 인식을 가질 만한 상황이었다. 향후 유효신용등급 관리를 위해서라도 배제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KT의 결정은 앞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 의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더욱 주목된다.

◇ 강경한 한기평, 한발 물러선 한신평...양사 차이점 존재

KT는 26일 3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잇따른 대내외적 악재로 발행을 포기한 지 3개월여만의 재추진이다. 이번 발행은 국내 최우량 발행사로서 자본시장에서 추락했던 명성과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이기도 하다. 비우호적 환경 속에서도 만기 20년에 달하는 초장기물을 투자자 앞에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용평가 의뢰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간 3대 신용평가사에 등급을 의뢰하던 관행을 벗어나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에만 평정을 맡겼다. 국내 회사채 발행사는 복수평가제에 따라 두 곳 이상의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KT를 비롯한 AAA급 기업의 경우 거의 전부가 신용평가 3사 모두에 평정을 맡겨 왔다. 사실상 부동의 등급이라는 자신감이 반영돼 있었다.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증권신고서상에 평가 3사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최우량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KT가 3개 신용평가사에 등급을 의뢰할 경우 AAA 기호 옆에 '부정적' 꼬리표가 두개나 달리게 된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중 한 곳은 평정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이유다.

한신평은 KT ENS 사태 직후 KT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던 장본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가장 먼저 중장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꿔 하향 가능성을 명시화 했다. 두 곳 모두 KT에 '미운털(?)'이 박히기 충분했다. 그러나 최근 양 신평사의 평정 태도에는 다소간의 차이가 나타났다.

◇ 한기평의 포스코 신용등급 강등 조치 영향

한국기업평가는 등급 하향의 전제조건인 재무 트리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경고의 수준을 한층 높였다. 수정 EBITDA 23% 이상, 총차입금/OCF 2.3배 이하를 회복하지 않으면 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이 수치는 2011년 이후 달성하지 못했던 수준. 사실상 거의 3년간 AAA에 부합하는 재무실적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을 공개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특히 한국기업평가는 KT 계열사의 독자신용등급을 사실상 공개하고 핵심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기도 했다. 평가 업계에서 가장 먼저 KT 계열사의 등급을 떨어뜨리며 KT의 계열지원 가능성의 반영 수준까지 공개했다.

실제 신용등급에서 계열지원 노칭(notching)을 제외하면 독자신용등급이 도출된다. 이 자체로도 평가업계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한기평은 신평업계에서 유일하게 AA급 우량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KT와의 사업 연계성이나 그룹 내 중요성 차원에서 타 계열사와는 차이가 있었다. 이에 대한 계열 지원 가능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은 대내외적으로도 논란이 적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반면 한국신용평가는 KT ENS 사태 이후 KT 신용등급이 단기간 내 떨어질 수 있다며 워치리스트(WatchList)에 올리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후 행보는 상대적으로 유하게 변했다. 이후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한 것 자체가 사실상 한 걸음 물러난 듯한 인상을 줬다.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달았지만 한국기업평가처럼 하향의 전제 조건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도 않았다. 단순히 "'EBITDA/서비스수익', '순차입금/EBITDA' 지표 등의 가시적 개선이 없다면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전부였다. 포스코 등 최근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부여한 타 기업에 재무 트리거를 명확하게 제시한 것과도 배치된다.

KT 입장에서 한국기업평가나 한국신용평가 모두의 평정이 만족스러울 리 없다. 하지만 체감하는 정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특히 한국기업평가는 포스코의 사례에서 보여줬듯 앞으로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평가사로 지목될 만하다. 이번 회사채 평정 의뢰 과정에서 이같은 정황들이 충분히 고려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한국기업평가가 최근 우량 대기업에도 과거보다 훨씬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포스코 신용등급 강등에서 보여주듯 실제 실행 의지도 높다는 점을 드러냈다"라며 "KT 역시 제시한 재무실적을 맞추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에게 평정을 의뢰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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