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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본드, 은행과 금융지주 등급이 같다고? [바젤III & 평가방법론 이슈]⑥"은행 배당 의존하는 금융지주사, 차입금 상환능력 열위"

민경문 기자공개 2014-07-25 09:46:03

이 기사는 2014년 07월 23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평가 3사가 은행과 해당 금융지주사의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에 대해 같은 등급을 부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지주사 내에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동급'으로 분류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크레딧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선순위채와 달리 바젤III 체제에서 발행되는 코코본드의 경우 정부 지원을 최소화한 후순위증권이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상환능력에 차등을 둬야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변제능력에서 은행보다 뒤로 밀리는 지주사의 등급이 더 낮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 3사 "은행·지주사 코코본드, 동일 등급 부여키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8일 제시한 바젤III 평가방법론을 통해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코코본드에 같은 등급을 적용키로 했다. 물론 해당 금융그룹이 경제시스템 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고 △주력 자회사인 은행의 신용도가 높은 가운데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이 높아야 하며 △해당 지주회사의 재무레버리지가 낮은 수준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한국기업평가 측이 국내 모든 은행지주가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보고서에서 밝힌 만큼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코코본드 신용등급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 역시 별다른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등급을 동일하게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기재했다.

그동안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일반은행과 금융지주사들이 발행하는 선순위 채권에 대해서 항상 같은 등급을 매겨왔다. 기본적으로 은행지주에 신용위험이 불거졌을 경우 정부 지원 가능성을 반영한 등급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코코본드의 경우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발행주체인 은행지주의 부도 여부와 상관없이 트리거(trigger) 상황에 따라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보통주자기자본 비율이 7%이하로 떨어지면 이자지급에 제한을 두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이를 반영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정부지원 가능성을 대부분 배제한 등급을 노칭다운(notching down)의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은행보다 금융지주사 등급 낮춰야…차입금 상환 능력 엄연히 달라

문제는 국내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들이 수익 대부분을 주력은행에서 받는 배당수익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은행은 기존 만기 차입금을 모두 갚은 이후에 남은 금액, 즉 이익잉여금을 바탕으로 배당 재원을 책정한다. 금융지주사로서는 은행이 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배당 수익을 못 받아 자체 차입금에 대한 상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은행의 배당이 줄어 금융지주사의 수익성이 위협받는다면 향후 자기자본비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사시 은행의 코코본드는 그대로지만 금융지주사의 코코본드는 트리거가 발동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황수호 대신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정부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때, 금융지주사의 상환능력을 주력은행의 상환능력과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금융지주사의 경우 주력 은행에 대한 높은 의존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는 만큼 코코본드 등급은 은행보다 1노치 낮은 평정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만약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하더라도 은행과 금융지주사가 동시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다면 과연 어디에 먼저 자금을 투입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증권사, 캐피탈사 등 계열사를 짊어진 금융지주사보다 국가 경제에 당장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별 은행에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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