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술신용대출 활성화, 정부지원·시간 필요" 부실대출 제재·경영실태평가 부담도…당국 정책지원 난색에 난항 예상
윤동희 기자공개 2014-08-07 09:39:30
이 기사는 2014년 08월 06일 1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기술신용평가 대출 활성화를 추진 중이지만 은행들은 자금지원이나 정책적 인센티브 없이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평가·제재 기준은 완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자금지원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이라 정책 활성화에 난항이 예상된다.금융위원화는 지난 5일 기술신용대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우리·하나·외환·신한·국민·외환·SC·씨티·기업·농협은행의 여신·리스크 담당 부행장, 지점장 등을 모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논의 주제는 △은행권의 적극적인 실물경제 지원을 가로막고 있는 구체적인 요인과 △영업 활성화를 위한 성과보상시스템 구축방안 △보신주의를 막기 위한 감독·검사시스템 개선방향으로 이뤄졌다.
|
◇ "정부 보조 필요" 한 목소리…기술평가 관련 인력·심사시스템 구축에 최소 5년 소요
은행들은 이 자리에서 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담보없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평가해 대출을 취급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은행이 져야 하는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간담회에 참석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술신용대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은행은 리스크 대비 리턴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자금지원이나 보증규모 확대 등과 같은 정부의 지원이 정책 시행 초기만이라도 병행돼야 한다는 데 많은 은행 담당자가 공감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은행들은 대출취급 여부와 관계 없이 기술신용평가회사(TCB)에 건당 100만 원의 기술평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게 부담이라고 밝혔다. 기술보증기금의 보증비율을 올리거나 기술평가대출 취급 실적이 우수한 은행에는 온렌딩 중개규모를 늘려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지난 31일 발표한 이차보증제도 사업예산이 37억 5000만 원인데 이 같은 제도를 확대하는 등 기보·신보의 예산을 늘려 운영해주길 요구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술신용평가 대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만한 인력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여신 취급을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마련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데 기업의 기술을 신용평가에 시스템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축적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심사역의 전문성을 기르는 데도 최소 5년에서 10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신용대출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은행권 시각이다. TCB로부터 받은 기술평가서를 은행 간 공유하거나 담보로 설정한 IP(지식재산권)을 거래할 수 있는 세컨더리 마켓 형성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 부실여신 발생해도 직원제재 않기로…정책 자금 지원은 힘들 듯
은행들은 보신주의 행태를 띄게 된 배경으로 부실 여신 발생 시 실무자를 징계하는 검사·제재 방식을 꼽았다. 금융감독원이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경영실태평가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건전성 부문을 1~2등급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우량여신을 취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여신 심사부문에서 직원들이 징계를 한번 맞으면 안건을 상정하는 횟수가 급속하게 감소한다"며 "임직원 제재는 은행에 맡기고 감독당국은 개별안건보다는 거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제윤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부실대출과 관련해 개인 제재는 최소화하고, 면책규정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꾸는 방안을 약속했다. 기존 감독규정에서는 특정 사정에 한해서만 제재를 면해주고 있는데, 향후에는 특정한 경우에만 제재를 한다는 식으로 바꾼다는 의미다. 여기에 투자여력 증대를 위해 조건부자본발행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한다고 전했다.
다만 신 위원장은 "정책금융에만 의지해서 리스크를 분담하려는 생각은 피해달라"고 말했다. 제재와 관련해서는 변화를 줄 수 있지만 당국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은행 내부평가 시스템과 내규를 변경해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 정책 활성화에 따른 리스크는 은행이 부담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정책금융기관과 특정은행을 제외하면 주요 은행들은 올해 관련 상품 출시 계획이 없다. 은행 대부분이 기술보증서 등을 담보로 하는 대출상품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데다, 기술등급별 손실율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당장 신상품 출시는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은행이 정책보조 없이 금전적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기술신용평가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삼성·SK 메모리 레이스]하이닉스 대세론 '재확인', 300단대 낸드 조기 양산
- [클라우드 키플레이어 MSP 점검]안랩클라우드메이트, 공공시장 공략 전략 '네이버 동맹'
- 삼성전자, 10nm 미만 D램에 '핀펫' 도입
- LG유플러스, AIDC·유통구조 효율화 '밸류업 관건'
- [ETF 위클리]온기 도는 2차전지…저가 매수세에 수익률도 개선
- ‘핫 섹터된 김 산업’ 카무르PE, 만전식품 엑시트 플랜은
- 대웅제약 중국 '나보타' 허가심사 3년, 무엇이 발목잡나
- [i-point]엔켐, 26일부터 이틀간 2500억 공모 CB 청약
- 삼천리인베, 인도향 핀테크 '밸런스히어로'에 20억 투자
- [달바글로벌은 지금]'글로벌 성장' 증명, 신규사업 성공은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