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9월 03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처음 발행되는 JB금융지주의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 수요예측이 실패로 끝났다. 6%에 이르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유사시 투자금을 전액 날릴 수 있는 위험성이 기관투자가들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아예 코코본드가 투자 가능 상품군으로 분류하지 않은 곳도 대부분이었다.A+에 불과한 JB금융지주 코코본드의 낮은 신용등급이 수요예측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선순위채 등급이 AAA인 다른 금융지주사가 코코본드를 발행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정신고서 제출을 앞둔 JB금융지주가 수요예측을 다시 하더라도 기관투자가 수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투자가 "후순위채·주식전환형이면 달랐을 수도..."
JB금융지주는 지난달 25일 2000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모집 수요는 500억 원에 그쳤다. 투자자는 전문건설공제조합 한 곳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시장에서는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발행사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투자금을 전액 날릴 수 있는 코코본드의 상각 위험은 기관투자자들이 처음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향후 재무구조 개선으로 부실금융기관 지정에서 벗어난다 해도 투자금을 되돌려 받을 방법은 없었다.
국내 운용사 관계자는 "만약 이번 코코본드가 주식 전환형이었다면 투자를 고려하겠지만 대부분의 은행지주사들이 상각형 상품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특정인의 은행 사유화를 막기 위해 대주주의 주식 소유에 제한(지방은행 15%)을 두고 있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금융지주사로서는 굳이 당국의 비위를 거슬려가며 주식전환 방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주식 전환비율 등이 복잡하다는 점도 상각형 코코본드를 선호하는 배경으로 지목됐다.
같은 코코본드라 하더라도 만기가 정해진 후순위채가 아닌 영구채 성격의 신종자본증권이라는 점 또한 의사결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5년 뒤 콜옵션 조항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스텝업(step-up) 조항이 없어 투자자로서는 추가적인 금리 메리트를 기대할 수도 없다. 특히 신종자본증권은 금융당국의 경영개선 명령을 받을 경우 이자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
◇투자 가능 상품에 코코본드 배제...JB금융지주의 낮은 신용등급도 한몫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코본드를 투자 가능상품 군으로 분류한 국내 운용사 및 연기금 등은 거의 없었다. 국민연금도 기존 후순위채는 투자해 왔지만 코코본드의 경우 내부 가이드상 투자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첫 발행되는 금융상품인 만큼 일단 JB금융지주의 수요예측과 청약 결과를 지켜본 뒤에 투자를 검토하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국내 운용사 관계자는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아직까지 확신보다는 우려의 시각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내부 투자 가이드라인에 코코본드는 빠져있어 별도 리스크관리원회를 열더라도 최종 투자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JB금융지주의 낮은 신용도 자체를 수요예측 실패 배경으로 꼽기도 했다. KB, 신한, 하나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지주사의 신용등급이 AAA인 것과 달리 JB금융지주의 선순위채 등급은 AA+에 그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보다 3노치 낮은 A+등급을 JB금융지주의 코코본드에 부여했다.
시장 관계자는 "앞서 신용평가들이 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상각 조건 부여) 신용등급을 AA-로 부여한 만큼 금융지주사간 코코본드의 등급 차이는 분명하다"며 "은행채인데도 싱글A급에 그치는 JB금융지주 코코본드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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