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현대차 자금이탈 올까 '예의주시' [한전 부지 인수전]1·2금융권에 약 30조 예금·단기금융상품 예치…자산운용 영향줄지 '촉각'
문병선 기자공개 2014-09-19 08:15:48
이 기사는 2014년 09월 18일 19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말 국내 각 시중은행 기업금융 담당 부서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무려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은행권에서 빼 내 제2금융권으로 한꺼번에 이체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추가불입과 관련된 자금이어서 큰 영향은 없었지만 관련 부서에서는 적지않은 긴장을 해야 했다.당시 상황을 두고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각 은행이 작년말 현대차그룹의 자금운용 변화에 충격을 먹은 적이 있다"며 "현대해상화재보험 등으로 옮겨 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만큼 현대자동차그룹이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보여주고 올해도 비슷한 일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었다"고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10조5500억원이라는 거액을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인수에 투입키로 알려진 18일 국내 일부 금융회사는 작년말의 이런 '현대차 쇼크' 상황을 떠올렸다. 이번엔 당시와 비교도 되지 않은 규모다. 1조~2조원도 아닌 10조원이 넘는 거액이 금융권에서 움직이는 큰 '공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의 자금 운용에 차질을 줄 수 있는 금액이어서 적지않은 충격으로 받아들인 곳이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점심 먹으며 이 이야기를 들었는데,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국내 시중 자금이 워낙 남아 돌아 현대차그룹에서 10조원 가량을 금융상품에서 빼내간다고 하더라도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자금운용 부서나 일부 부서는 타격이 없을 수 없을 만큼 큰 금액"이라고 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특정 금융회사에 자금을 집중시키지 않고 국내외 금융회사에 고르게 자금을 예치시켜 놓았을 것이므로 현대차가 한전 부지 인수를 위해 10조원 이상을 빼내간다고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금융회사에 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10조원의 자금이 움직이는 것이어서 혹시 어떤 영향이 있을지 관심있게 보고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은행권 전반적 반응은 금융권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지만 일부 은행과 제2금융권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류다. 25조원이 넘는 자금을 아무리 분산 예치시켜 놓았다 하더라도 주거래은행 등에는 막대한 자금이 예치돼 있을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동안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 자금을 상당부분 맡겨 놓았다는 점에서 일부 제2금융회사의 경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 놓았을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 자금 운용을 많이 하는 금융회사의 경우 컨틴전시 플랜을 세울 수 밖에 없다"며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제2금융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전에 현대차로부터 전혀 연락을 받지 못해 현재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자금 집행을 어떻게 할 지 아직 전해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소식을 전해들어 알고 있다"고는 말했으나, 추후 현대차 자금 운용 계획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한전 부지 인수 컨소시엄을 구성한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3개사는 상반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3조6841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다. 큰 범주에서 현금성자산으로 분류되는 단기금융상품의 경우 3개사는 별도재무제표 기준 27조684억원 어치를 갖고 있다. 모두 더해 30조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그래서 10조원 남짓의 자금을 보유 금융상품을 팔아 조달한다는 분석이 대세이지만 일부 은행권에서는 새로운 여신을 기대하기도 한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운용하기 어려운 예금 빠지는 것 보다 대출금리가 어떻게 될 지가 더 관심"이라며 "새로운 여신을 일으켜 부지 인수 대금을 치를 수도 있고 현대차의 신용 변화에 따른 금리 변화가 생길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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