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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불황기 대규모 투자..돌직구 전략 통할까 [정유업 신용위험 분석]④고도화 설비 투자, 재무적 영향…신용도 관건

황철 기자공개 2014-10-06 10:50:00

이 기사는 2014년 09월 26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쓰오일은 최근 1년 이상 국내 정유사 중 업황 부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아 왔다. 정유 부문은 5분기 연속 영업적자 상태에 빠졌고, 매출액 대비 손실 규모가 경쟁사 중 가장 컸다.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저하도 가팔라져 올해 상반기 업계에서 유일하게 연결 기준 영업적자를 나타내기도 했다.

에쓰오일이 위기의 탈출의 해법으로 선택한 것은 정면돌파였다. 경쟁사들이 대부분 마무리한 고도화 설비 투자에 재착수해 사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파격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불황기 대규모 투자는 크레딧 관점에서 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기 마련이다. 정유업황 부진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인 공급 과잉을 심화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 불황이 지속될 경우 투자비 회수의 지연은 물론 재무건전성 저하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쓰오일의 신용도 변화는 최악의 실적 침체기에 감행한 대규모 투자의 성패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 5분기 연속 정유부문 적자, 석유화학도 부진

에쓰오일은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를 대주주로 두고 있는 국내 3위 정유사다. 아람코와의 끈끈한 영업 긴밀도와 유사시 지원 가능성은 업계 최고 신용등급(AA+)에 오르게 한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신용도 유지의 핵심 관건은 기업 자체의 사업·재무안정성에서 나온다. 이같은 관점에서 최근 에쓰오일의 재무실적은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에쓰오일은 상반기 연결 기준 7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정유 부문에서만 무려 2059억 원의 적자에 빠져 윤활부문(1251억 원), 석유화학 부문(734억 원)의 흑자로도 이를 상쇄하지 못했다. 정유 부문 적자는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동안 지속됐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만해도 2911억 원의 흑자를 시현한 석유화학의 실적이 1/4 수준으로 줄어 사업 다각화 효과도 창출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영업현금창출력의 급격한 저하가 예상되고 있다.

에쓰오일

에쓰오일은 수익성 저하의 해법으로 고도화 설비 투자를 통한 고부가 창출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지난 1분기 한국석유공사 온산 부지를 5190억 원에 매입키로 하고 상반기 중도금 납입을 완료했다. 연말까지 잔금을 모두 치를 예정.

또 올해 고도화 설비 설계 비용으로만 올해 1026억 원을 지출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조 단위의 투자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재무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에쓰오일의 이같은 결정은 심각한 불황에 빠진 정유업계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에쓰오일을 제외하고 정유 부문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없다. 계획한 고도화 투자를 대부분 일단락했기 때문이지만 더 큰 이유는 투자의 효과를 장담하기 힘든 불안한 시황 탓이 크다. 기존 투자비의 회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본적 지출은 모험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

에쓰오일의 정공법에 대한 우려가 크레딧 업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 대규모 투자 후 재무안정성 변화, 신용도 변화 관건

에쓰오일은 그동안 사업경쟁력 측면에서는 SK에너지나 GS칼텍스에 비해 떨어지지만 재무안정성만큼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지난해까지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조2663억 원으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의 1/3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부채비율도 122%로 안정적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영업현금창출력 저하와 고도화설비 투자 초기 자금 지출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차입금은 반 년만에 1조 원 이상 늘어나 3조2912억 원에 이르렀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822억 원의 적자로 전환했고, 잉여현금흐름도 -5420억 원으로 자금 과부족 상태에 놓였다.

앞으로 시황 부진 장기화와 대규모 설비투자가 맞물릴 경우 재무구조가 더욱 왜곡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에쓰오일의 신용도는 불황 타개를 위한 정면돌파 전략이 펀더멘털에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이냐에 달릴 전망.

한국기업평가 역시 최근 에쓰오일의 도전에 기대 이상의 우려를 내비쳤다. 한국기업평가는 "현재 업황 상황을 감안할 때 투자 회수에는 중기 이상의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투자 진행에 따른 재무안정성의 저하 정도가 신용도 결정의 핵심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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