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시장 첫발 내딛는 일양약품, 시장안착은 '글쎄' 시장경쟁 치열...해외진출도 미지수
김선규 기자공개 2014-10-07 11:04:41
이 기사는 2014년 10월 06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양약품이 뒤늦게 뛰어든 백신시장 안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독감 백신은 이미 과잉생산으로 매년 400만 Dose(도즈) 분량이 폐기처분 되고 있어 일양약품이 당초부터 사업성을 제고하지 않은 채 무리수를 두고 백신시장에 뛰어든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해 3가 계절독감 백신을 생산해 시장 점유율 2%대를 기록했다. 700억 원을 투자해 2011년 연간 6000만 도즈의 생산능력을 갖춘 일양약품은 현재까지 20여 차례 시생산을 완료했고 2012년부터는 백신주를 해외공급처로부터 입수해 시험생산을 마쳤다.
일양약품은 2009년 충남대학교 서상희 교수가 '인플루엔자 백신주 제주 및 생산기술'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백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소득수준 향상과 국제기구의 백신 지원 확대에 따라 필수접종 백신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사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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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양약품의 예상과 달리 백신시장은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국내 연간 독감백신 생산량(1700만 도즈) 중 녹십자와 GSK 등이 80%에 육박하는 시장을 차지하고 있어 신규업체들의 시장 진입 차체가 제한적이다.
또한 독감백신 시장은 비슷한 품질과 규격의 제품을 영업력을 앞세워 밀어내기식으로 판매하는 구조여서 시장경쟁이 치열해 이익이 적고 낭비 요소가 많은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러한 이유로 LG생명과학, CJ제일제당 등 대기업들도 백신분야에 관심을 갖고 투자에 열을 올렸지만, 낮은 투자 회수율과 과잉생산으로 CJ제일제당의 경우 백신사업 자체를 완전히 접었다.
최근에는 일양약품뿐만 아니라 SK케미칼와 셀트리온도 백신시장에 가세해 시장 경쟁이 좀 더 치열해졌다. SK케미칼의 경우 경북 안동 백신공장에 대해 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 승인을 받아 연간 1억 4000만 도즈의 상업생산 준비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수요보다 공급이 늘면서 독감백신시장은 수년전부터 포화상태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이 와중에 SK케미칼, 일양약품마저 생산한다면 이 많은 물량을 어떻게 처리할 지 해답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독감 백신은 매년 균주가 달라지는데다 유통기한이 6개월에 불과해 시즌에 팔지 못하면 모두 버려야 한다. 더욱이 백신 가격도 하락세이기 때문에 수익성은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SK케미칼은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지금 당장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견딜 수 있는 재무상태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어 프리미엄 백신에 대한 준비가 탄탄하게 돼 있어 충분한 성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반면 일양약품은 난감한 분위기다. 국내 독감백신 양강체제를 뚫을 만한 영업력과 남은 백신을 폐기해야하는 만큼 출혈을 감수할 수 있는 재무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독감백신 이외에 어떤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일양약품은 세포배양 방식 기반의 일본뇌염 백신, 홍역, 풍진 등 다양한 백신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연구개발 및 생산판매를 감당할만한 충분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아 독감백신 이외 다른 제품이 나오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독감백신 시장은 이미 상당히 포화돼 있어 기존에 강하게 형성된 판로를 뚫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라며 "해외수출을 통해 판로를 찾을 수 있지만, 까다로운 WHO의 사전적격심사(PQ)를 통과해야 하고 가격측면에서는 글로벌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다양한 백신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해 임상실험을 준비 중이며, 국내보다 해외진출을 위해 백신사업에 뛰어든 만큼 시간을 갖고 지켜봐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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