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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양약품, 공들인 R&D '비용 부담' 발묶여 신약개발해도 상용화에 '거금'...다국적 제약사에 손짓

장소희 기자공개 2014-05-19 08:19:58

이 기사는 2014년 05월 15일 1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양약품이 수년간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한 성과를 눈앞에 두고 비용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후보물질 발굴에 성공해도 임상시험 과정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시판까지 가기 힘든 국내 제약업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최근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물질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공동개발에 나설 다국적 제약사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부터 연구한 이 신약후보물질은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에 비해 훨씬 뛰어난 효과가 있음이 밝혀져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일양약품은 국내 제약사들 중에서도 R&D에 꾸준히 투자해 온 곳으로 손꼽힌다. 그동안 '원비디', '영비천' 등 일반의약품에만 의존해 사업을 꾸려오다 지난 2008년 정도언 회장이 사재를 30억 원 가량 R&D비용으로 출연하면서 신약 연구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2008년 10월 개발에 성공한 국산 14호 신약 '놀텍(위궤양 치료제)'에 이어 2012년 첫 선을 보인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는 오랜 연구개발 끝에 얻은 열매다. 여기에 이번에 후보물질 개발을 완료한 RSV까지 상용화에 성공하면 국내 제약사로서는 최초로 3개의 신약을 개발한 곳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상용화까지 드는 비용이다. 일양약품은 이미 전체 매출액의 10%가 넘는 150억 원 가량을 R&D에 쏟고 있지만 RSV와 같이 후보물질 개발이 끝난 건은 임상 등 상용화까지에 막대한 자금이 한꺼번에 지출될 수 있어 조달이 쉽지 않다.

해외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둔다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해외시장 진출까지 고려했을 때 통상 신약 개발 상용화까지 약 7000억 원에서 1조 원 가량이 들어간다고 추산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임상시험에서 소모되기 때문에 일양약품 자체 조달만으로는 무리라고 판단, 다국적제약사와 공동투자·개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해 매출액이 고작 1000억 원 남짓한 제약사에서 1개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최대 1조 원까지 드는 비용을 자체 감당할 수 있겠냐"면서 "정부당국도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사실상 지원금이나 보조금 수준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덮어놓고 있으니 손을 벌릴 곳은 능력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제약업계에서 자체 개발 신약을 해외시장에서 자체 자금으로 직접 시판까지 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개 후보물질 개발 단계나 전임상 단계에서 라이선스 아웃(license-out)을 택해 현지 제약사와 업무 제휴를 맺는다. 국내 제약사들이 어렵게 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해도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약만큼 이익창출을 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양약품의 경우 자신들이 개발한 후보물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해외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이렇게 공개적으로 다국적 제약사들과 공동 연구에 나선 것"이라며 "공동연구에 성공할 경우 라이선스 아웃이나 단순 수출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뚜렷하게 공동연구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다국적 제약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의향이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협상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공동 연구 파트너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확정을 짓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파트너사 모집을 시작했지만 확정을 짓기까지 기간이 얼마가 걸릴지는 현재로서 예측하기 힘들다"면서 "성공적으로 상용화를 하기 위해 파트너사와 면밀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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