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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형 퇴직연금 성공적 도입 가능할까 ①중소기업 내년 도입…산적한 숙제 많아

이승우 기자공개 2014-10-24 08:17:22

[편집자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가 근로자 수급권 보호를 통한 노후 연금확보를 목표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퇴직연금의 자본시장 유입을 통한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해외 사례 등을 통해 기금형 퇴직연금의 주요 이슈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1일 09: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기금형 퇴직연금을 내년에 우선 도입하고 대기업에 대해서도 기존의 계약형과 병행해 기금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내후년부터 허용하기로 하는 등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중소기업에게는 세제혜택의 당근까지 제공하기로 하는 등 제도의 조기 안착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기금형이 도입되면 계약형과 달리 퇴직급여부채의 전액을 외부에 적립해야 해 근로자의 수급권 보장이 한층 강화된다. 금융회사(사업자)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퇴직연금 시장에서 개별 기업의 역할이 커지는 등 상당한 판도의 변화가 예상된다. 또 금융투자업계가 희망하는 퇴직연금의 자본시장 유입이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사 대표로 구성될 투자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운용절차의 투명성은 확보될지, 기금의 운용주체에 대한 법적지위와 감독문제는 어떻게 될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 먼저 도입…대기업 내후년 선택적 도입

지난달 정부는 '사적연금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며 중소기업의 퇴직연금기금제도를 내년 7월 도입한다고 밝혔다. 올해중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근퇴법)을 개정하고 내년 상반기 중 시행령을 개정하면 7월 정도 실제 시행이 가능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대상은 30인 이하 영세 사업장과 신설 중소기업 사업장이다. 기업별로 퇴직연금 기금을 두는 게 아니라 여러개 중소기업의 퇴직금을 한 데 묶어 별도로 기금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흔히 말하는 퇴직연금 풀(Pool)이다.

중소기업 퇴직연금 풀(pool)에 대해서는 고용부가 세부 안을 마련중이다. 풀에 포함될 기업 선정과 기금관리위원회, 투자자산 포트폴리오 등이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용부 주도의 근로복지공단 산하에 기금을 설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근로복지공단 소속 중소기업은 2만 개 정도이고 적립금은 4000억 원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 제도와 관련 세부 안을 만들고 있는데 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제혜택이 있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솔깃하다. 퇴직연금 기금이 출범한 이후 3년 이내 가입하면 사업주 부담금의 10%를 3년간 지원한다. 또 사업주가 부담하는 자산운용수수료의 50%도 지원하기로 했다.

기금 형태로 퇴직금이 운용될 경우 자산운용사들이 새로운 사업자로 등장할 수 있다. 기금과 자산운용사간에 펀드 위탁 계약이 바로 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기존 자산관리(수탁·사무 업무)와 더불어 운용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은행과 증권회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에 자금 운용 업무를 뺏기면 단순한 사무관리 업무만 처리하는 수탁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적금과 원금보장형 상품이 절대 다수인 퇴직금 운용자산이 펀드와 기타 상품으로 확대되면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산운용업계가 기대하는 바다.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자는 "기금 형태로 퇴직연금이 운용되면 자산운용사들의 진입이 불가피하다"며 "확정급여형(DB)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겠지만 기존 증권사와 은행의 시장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 기금형 장단점은… 회의적 시각도 있어

기금형 역시 DB형·확정기여형(DC)과 같은 수준에서 투자자산 가이드라인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DB형과 DC형 모두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기금형 역시 리스크가 다소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도입 초기임을 감안하면 DB형과 DC형보다 다소 강화된 투자 가이드가 제시될 수도 있다.

문제는 수익률 제고를 위해 늘어나게 될 리스크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고 운용 과정을 어떻게 투명화할 것이냐에 있다. 기금의 운용을 담당하는 투자위원회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 노사 대표와 더불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 투자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과거 대학기금이나 일부 소규모 기금의 경우 위원회를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일부 인사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중소기업 기금 풀의 경우 고용부 중심의 정부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나 향후 대기업 등 개별 기업으로 기금형이 확대될 경우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이 느슨해질 수 있는 문제도 있다. 투자위원회가 유명무실해져 기존 사업자에 대한 감시 감독 수준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투자위원회 설치와 더불어 투자원칙보고서(IPS)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개별 기업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입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

때문에 기금형, 특히 대기업 기금형 퇴직연금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투자위원회가 유명무실할 수 있고 결국 기존처럼 사업자가 대부분의 운용 방침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급권 등 근로자 이익보호에 유리하기도 하고 노사위원회가 정책결정을 함에 따라 계약형에 비해 근로자요구가 잘 반영되는 장점이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계약형의 경우 외부적립비율이 70%에 못 미쳐 미적립분에 리스크가 있지만 기금형의 경우 퇴직급여부채의 100%를 무조건 기금에 적립해야 해 계약형에 비해서 근로자 수급권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다.

고용부 주도로 세부안이 마련되고 있는 중소기업 풀을 제외하고서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대해 사업자들도 그리고 기업들도 준비하고 있는 곳은 아직 없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경우 계약형에 비해 개별 기업의 경제적 혹은 그 외 비용이 더 발생하게 된다"며 "사업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계약형에 대한 선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들도 기금형에 대해 아직 준비는 하지 않고 있고 개별 기업중 기금형 도입을 문의해 오는 곳도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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