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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형 도입 이전에 중소기업 '돈맥' 뚫어줘야 ②부담스러운 중소기업…근로복지공단 준비 미흡

이승우 기자공개 2014-10-24 08:17:30

[편집자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가 근로자 수급권 보호를 통한 노후 연금확보를 목표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퇴직연금의 자본시장 유입을 통한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해외 사례 등을 통해 기금형 퇴직연금의 주요 이슈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1일 10: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조기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3년 이내 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하는 중소기업 사업주에 대해 3년간 사업주 부담금의 10%를 지원하는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외에도 추가 지원책까지 검토하는 등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의 안착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머뭇거리고 있다. 회사가 어려울 때 운영자금으로 전용하던 퇴직금을 앞으로는 전액 외부에 적립해야 해 실질적인 자금부담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기금형 풀(pool)을 운용할 근로복지공단의 자금 운용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있는 게 사실이다.

◇기금형, 중소기업 근로자 수급권 보호

정부가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중소·영세기업 근로자의 퇴직연금 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의 경우 퇴직금 관리가 허술해 근로자가 퇴직금을 떼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기금형을 도입하면 새롭게 적립해야 하는 퇴직금은 100% 사외에 적립해야하는 의무가 생기게 돼 퇴직금을 떼이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영세기업은 퇴직금을 사내에 쌓아두는 퇴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실제로 축적된 금액이 아니라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영세기업의 경우, 긴급한 경영위기 시 근로자의 퇴직금을 운용자금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파산하게 되면 장부상 퇴직금은 근로자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금형이 아닌 계약형 하에서도 DC형을 선택하게 되면 100% 퇴직금의 사외적립이 이루어지지만 대부분 근로자는 안정적인 DB형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형 제도에서도 수급권 보장의 한계가 있다. 때문에 원천적으로100% 사외적립을 하는 기금형 제도는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해 필수적이다. 정부가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핵심 포인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 자체적으로 결성되는 기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법인 분리와 운용에 따른 비용 등을 감안하면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는 중소기업 퇴직금을 한데 묶어 풀(Pool)을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주도로 근로복지공단 산하에 기금 운용 본부를 두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근로복지공단 내에 기금운용회가 설치돼, 퇴직금 관리를 전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개별 기업들의 계약형 제도를 관리하고 있지만 이를 한 데 묶는다는 점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중심에 서게 되는 방향이다.

기금형

◇핵심 역할 맡은 근로복지공단, 충분한 인력과 예산 확보 가능할까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의 성공적인 운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중소기업에게 적합한 제도라는 측면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문제가 많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일례로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제대로 운영할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퇴직연금 계약형에 가입한 중소기업은 2만여개에 달한다. 신규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기업의 재무담당자와 일일이 접촉하고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에 상당한 인력과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전국에 있는 근로복지공단의 지사를 활용해, 중소·영세기업을 대상으로 기금형 가입을 유치하고 관리한다는 복안이다. 필요한 인력을 추가로 보강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인력과 예산 확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게의 지적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이 엄청나게 많은 중소기업들과 일일이 의사소통을 하면서 기금을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결국 위탁사, 즉 사업자를 이용해 기금운용을 하는 변칙적인 방법이 사용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본사 내 퇴직연금부에는 36명의 직원이 근무 중에 있다. 전국 지사는 모두 61개로, 서울을 중심으로 규모가 큰 지사에는 70명 가까운 인력이 근무하고 있지만 지방 지사에는 30명 내외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정부가 타깃으로 잡고 있는 30인 미만 전체 사업장 수가 160만 여 개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이 부담해야하는 비용도 문제다. 기금형은 통상 법인 설립 및 수탁자이사회와 소위원회 구축 및 운용 등 기금운용 관련 비용이 계약형에 비해 많이 소모된다. 일본이 기금형 도입 사업장을 300인 이상으로 제한한 것도 바로 비용 문제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재정지원을 약속한 상황에서 기금형 가입 기업이 늘어나게 될 경우 정부 예산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은 예산을 늘리거나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조직"이라며 "이러한 조직은 대부분 전년도 수준의 예산을 지원 받는데, 만약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하려면 추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탄력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예상이 확보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실질적 자금부담 증가…회사 위기시 자금지원 등 보완책 마련 필요해

중소·영세기업 중에도 부정적인 입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가 다양한 재정지원을 약속했지만 되레 실제 중소·영세기업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기업 관련 단체 담당자는 "기금형을 도입하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도입하는 절차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인사노무 담당자도 추가로 필요하고 매달 적립금을 쌓아야 하는 것도 영세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세기업의 경우 경영이 어려울 때 근로자의 퇴직금을 운용자금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기금형 퇴직금 제도가 도입될 경우 회사 운용 자금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퇴직금 제도의 정상화에 앞서 회사 존립이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게 현실적인 토로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긴급자금이 필요할 경우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자금 확충방안을 검토해 주길 원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는 "기금형 퇴직연금에 대한 중소기업의 수요는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기업들의 현실 상황을 고려한 지원을 함께 도입하지 않는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체불 사업주가 임금 지급을 위해 대부를 원할 때는 임금채권보장기금을 통해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가 있다"며 "정확하게 검토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기업들의 요구가 있으면, 이 제도를 연금에도 확대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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