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1월 29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국내 대형 창업투자회사인 A사는 최근 모그룹의 회장이 바뀐 이후 사기가 급격히 저하됐다. 갑작스레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조직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경력 15년 이상 베테랑 심사역들이 물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사내에 연차가 오래된 심사역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었던 터라 동요는 더 컸다.한국벤처투자, 산업은행(옛 정책금융공사 포함) 등 유한책임사원(LP)에게도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다.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은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직원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돼 강력한 페널티를 받았다. A사는 지난 2년 동안 국민연금에서도 페널티를 받아 출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직원들은 매년 반복되는 업무보고에 대해서도 볼 멘 소리를 하고 있다. A사는 다른 벤처캐피탈과 달리 그룹의 정기인사가 발표되는 1년 주기로 대표이사를 거의 교체해 이 시기마다 업무 파악을 지원할 보고서 작성에 집중해야 한다.
# 대기업소속 B 창업투자회사는 모그룹의 의사결정으로 벤처투자사업을 포기할 계획이었다. 빅딜에 강한 사모투자전문회사(PEF)로 전환을 꿈꿨다. 그러자 벤처조합에 출자한 LP들이 강력한 제재를 언급하며 반발했다.
결국 B사는 의사결정을 철회했다. 하지만 심사역들의 이탈은 막지못해 벤처투자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
# 벤처투자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C 창업투자회사는 요즘 내홍을 겪고 있다. 전문성 있는 대표이사의 투자 의사 결정에 대주주가 간섭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일부 심사역은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C사의 경영이 안정궤도에 접어들자 대주주가 사업 전면에 나서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그 동안 C사는 대주주와 대표이사가 이상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벤처조합 결성이나 투자·회수 등의 수익률도 좋아 두둑한 성과보수를 챙기기도 했다.
# 대주주 리스크로 몸살을 앓는 벤처캐피탈이 늘고 있다. 대기업에 속해있는 대형사부터 개인이 투자한 소형사까지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다. 어느 곳은 실적이 너무 좋아서, 어느 곳은 나빠서 탈이다. 하지만 주로 대기업 계열사나 우수한 성과를 기록한 벤처캐피탈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힘들어 성과에 따라 모기업이나 대주주에 휘둘리는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LP 몫이다. 심사역 이탈 등의 부작용으로 벤처투자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대비책도 없다. 핵심운용인력 등의 인력이탈이 발생해야 페널티를 줄 수 있다. 이마저도 투자를 60% 이상 진행하면 소용없다. 벤처캐피탈의 자정 노력 없이는 대주주 리스크를 차단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정부 정책목적이나 수익률 확보를 위해서라도 LP의 부담을 줄일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벤처캐피탈의 대주주 리스크가 모처럼 찾아온 벤처투자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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