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2월 10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 주인을 맞게 되는 현대증권의 신용도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까.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이와 관련해 각자의 견해를 내놨다.NICE신용평가는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오릭스PE)가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오릭스PE로 최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현대증권에 대한 오릭스의 재무적 지원 여부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딱히 자기 의견이라 할 만한 것은 없었지만 앞단에 "이번 거래는 일본 오릭스그룹의 한국 내 증권업 진출보다는 재무적 투자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적시, '지원 가능성이 낮다'는 뉘앙스를 줬다.
이어서 자료를 낸 한국신용평가는 "유사시 재무적 지원 여지가 많지 않다"고 한층 확실한 입장을 드러냈다. 오릭스PE가 조성하는 PEF(사모투자펀드)에 대한 오릭스그룹의 출자 비중이 10~20%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비교적 뚜렷한 이유도 제시했다.
이같은 진단은 '계열사를 지원하는 데 있어 재무적 투자자(FI)는 전략적 투자자(SI)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일반론에 근거한다. 실제로 한신평은 지난달 하나파워패키지에 인수된 평택에너지서비스와 김천에너지서비스의 회사채 및 기업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최대주주 변경에 따라 낮아진 주주사 지원 가능성을 감안한 평정. 하나파워패키지는 하나대투증권이 만든 PEF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적어도 신용도 측면에서 현대증권이 오릭스에 인수돼 좋을 것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뒤이어 스페셜 코멘트를 발표한 한국기업평가의 분석은 앞선 평가사들과 온도차가 있었다. 한기평은 "현대증권의 경영권이 현재의 현대상선에서 오릭스PE로 옮겨가도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PEF가 대주주인 경우 스트레스 상황 하에서 투자회사에게 출자금 이상을 지원해 주기가 어렵기 때문에 계열요인이 신용도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증권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을 때 오릭스가 발벗고 나설 가능성은 한기평이 봐도 낮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크레딧 이슈가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결론부터 짚자면 세 평가사 모두 같은 얘길 하고 있다. 사실 현대증권은 전 주인인 현대그룹한테서도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장기등급만 해도 AA-(안정적)로 투기등급인 현대상선(BB+)보다 높다. 이른 바 '마이너스(-) 서포트'로, 오히려 그룹에게 크레딧을 착취(?) 당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런 마당에 FI에게로 경영권 지분이 넘어간다고 해서 애당초 고려도 하지 않은 계열 지원 요소에 큰 변동이 있겠느냐는 게 3대 신평사 논리다. 단지 NICE에서 한기평으로 갈수록 논조가 구체화 됐을 뿐.
다만 현대증권 신용도에 '과연 긍정적인 면은 없겠는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흔히 계열요인이 작용하려면 지원하는 쪽의 신용도가 받는 쪽보다 월등해야 한다. 오릭스의 글로벌 신용등급(A-)은 현대는 물론 웬만한 국내 재벌기업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비록 일본 본사가 직접 인수하는 형태가 아니라지만, 이번 매각으로 현대증권이 기존의 마이너스 서포트 상태에서 벗어났다면 그에 따른 일말의 긍정성은 부여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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