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3월 20일 16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또 다시 해외투자 열풍이다. 중국에 투자해 최소 20%에서 많게는 40~50%까지 수익이 났다는 화끈한 성공 스토리는 불쏘시개가 되어 투자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경기호조와 달러강세를 겸비한 미국도 국내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에 전 국민이 열광하다 쓰라린 실패를 맛본 지난 2007년 이후 8년 만이다.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바빠졌다.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투어 중국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드느라 난리이고, 증권사는 '후강퉁' '선강퉁' 하며 중국 주식을 서로 제일 잘 안다고 주장하며 손님을 끌고 있다. 은행이든 증권사든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치고, 해외투자펀드를 진열대 제일 좋은 자리에 올려놓지 않은 회사가 거의 없다. 국내 펀드나 국내 금융상품은 구색용으로 전락했다.
누구에게 물어보든 같은 답이 돌아온다.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로 국내에는 더 이상 투자할 곳이 없다. 이제는 고성장을 하는 나라에 투자해 먹고 사는 길 밖에 없다. 자산운용사들은 말한다. 국내 펀드는 주식형이 됐든 채권형이 됐든, 기관이 아니면 아무도 안 산다. 개인들에게 펀드를 팔려면 해외펀드 밖에 없다. 그럴 듯 하게 들린다. 자산운용사들의 사정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는 그동안 해외투자에서 성공의 역사를 써 본 적이 없다. 90년대 중반 경상수지 흑자가 너무 많다며 정부가 해외투자를 독려하자, 금융회사와 기관투자가들이 돈을 싸 짊어지고 동남아 등에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 대부분 날려 먹었고, 그 이후에는 투신사(지금의 자산운용사)들이 고객들의 돈을 모아 러시아와 동유럽에 한꺼번에 투자했다가 대부분 반토막이 되어 돌아왔다. 2006~2007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로 대표되는 해외투자펀드의 대실패는 지금까지도 개인들이 공모펀드 시장을 등지게 하는 상흔으로 남았다.
과거에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해외투자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눈부신 진보를 모르는 바도 아니다. 우리의 성장성이 예전만 못하니,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아무리 곱게 보려고 해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이 진정으로 고객의 자산을 불려주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해외투자를 외치고 있다고 믿어지지 않는다. 서둘러 중국 전문가를 뽑고, 중국의 자산운용사나 증권사와 제휴를 맺고,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 펀드나 랩이나 신탁 같은 상품들을 팔고 있는데, 1년 간 내공이 깊어져 봐야 얼마나 깊어졌을까. 그들이나 우리 같은 개인들이나 '중국 초보'이기는 매한가지 아닌가.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결국 장삿속 아닌가.
금융시장에서 쏠림은 늘 큰 사고를 부른다. 처음에는 돈을 벌어주지만, 쏠림이 커지면 거품이 생기고 거품이 터지면 십중팔구 빈손이 되고 만다. 투자자는 돈을 잃고 금융회사는 고객을 잃는다. 증권사들이 리테일에서 줄줄이 적자를 내고, 개인이 떠난 공모펀드 시장에서 자산운용사들이 기관투자가의 하인으로 전락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또 그 실패의 역사를 반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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