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부사장 "대형가치주 장세 온다" "10년펀드 윈도우드레싱은 없다…원칙투자 지킬 것"
이 기사는 2015년 04월 21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증시는 연내 최고점을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를 정도로 고공행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박스권 장세에 유리한 가치투자펀드에는 도전적인 장세다. 대표적인 가치투자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주식]'은 올해 수익률이 초기에 약속한 '10년투자'의 마지막 해의 성과가 되기 때문에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10년째 이 펀드를 이끌고 있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미 지난 하반기부터 대형가치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린 이 부사장은 지금의 장세가 반가운 듯 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강세장이 시현된 지난 한주간(21일 기준)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의 수익률은 2.99%로, 동일유형 내 30%순위 안에 드는 성과를 냈다.
이 부사장은 지난달 조심스럽게 이르면 하반기에 대형주가 장을 이끄는 상승장이 펼쳐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과거 한국증시를 보면 중소형성장주, 중소형가치주, 대형성장주 등이 한 차례씩 장을 주도했습니다. 한번도 주도권을 갖지 못한 게 대형가치주입니다. 아마 강세장, 상승장이 온다면 대형가치주가 주도하는 장이 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최근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종목은 조선, 화학, 건설 등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했던 업종이 대부분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대형주 장세가 펼쳐진 건 그 만큼 중소형주의 상승 속도가 빠른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했다. 이 부사장은 "바이오 등 중소형주에서 오버슈팅 현상이 벌어졌다"며 "중소형주의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보니 그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형주 장세가 빨리 온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1호펀드의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종목이 93%에 달하는 반면 코스닥시장 비중은 7% 수준이다. 동일 유형 내 코스닥시장 평균 비중이 12% 수준임을 감안하면 대형주에 대한 투자가 공격적인 모습이다.
이 부사장은 또 지난해 말부터 지배구조개편주에 주목했다. 지주사 종목이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 중에 저평가 됐다고 생각되는 종목에 집중했다.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보유 종목 중에 ㈜LG, 메리츠금융지주, 영원무역홀딩스, 농심홀딩스, KPX홀딩스, 아이디스홀딩스 등 지주사 종목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공모주로 받은 제일모직의 경우 현재 주가 대비 가치가 저평가돼 있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보유제한기간이 해제되자마자 전량 매도했다.
전일 ㈜SK와 SK C&C의 합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서는 지배구조개편주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이 부사장은 "지주사 전환이 예상되는 종목은 기대감으로 인해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경우가 많다"면서 "LG처럼 이미 지주사 전환이 이뤄졌지만 시장에서 저평가됐던 기업이 재조명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주식]C'의 수익률은 0.97%로 최근 몇 년 간 가장 저조했다. 같은 기간 KOSPI지수가 4.76%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선방했다고 볼 수 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는 분명 아니었다.
더구나 올해는 10년투자의 마지막 해.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과 내야 하는 부담이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이채원 부사장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수익률 관리 차원의 '윈도우 드레싱'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장 흐름에 영합하지 않는다는 투자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펀드의 포트폴리오만 봐도 알 수 있다. 얼마전까지 장을 주도했던 중소형주 대신 저평가된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린 지 오래됐다.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1호펀드가 대형주 장세가 되면 가치투자펀드의 성적이 고꾸라질 것이라는 편견을 깨뜨릴 수 있을지, 시장이 이채원 부사장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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