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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고속 매각하는 IBK펀드의 월권과 숙제 [thebell note]

문병선 기자공개 2015-06-02 08:45:0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29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oFC IBKS 케이스톤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펀드(이하 IBK펀드)'가 드디어 금호터미널과 금호고속 지분 100%의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IBK펀드가 보여준 여러 월권 행위를 뒤돌아보면 의외의 결과이지만 별다른 잡음없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금호고속을 되판데 대해선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펀드는 부실징후 기업의 경영정상화 및 재무안정을 위해 도입된 펀드 형식의 구조조정 기구다. 다른 사모투자전문회사(PEF)와 달리 수익을 좇지 말고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의 경영정상화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IBK펀드가 그동안 보여준 행보는 되사갈 권리를 갖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우호적이라기보다는 어떻게든 경쟁 구도를 만들어 고가에 금호고속을 매각하려는 의지가 배어 있어 보였다. 금호리조트 유상증자 불참을 결정했다는 이유로 김성산 전 금호고속 대표를 해임한 것이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매각 결렬을 원하는 듯 다른 원매자를 알게 모르게 물색해 온 일들은 과연 이 펀드가 '재무안정 펀드'인지 고수익을 좇는 '상업 펀드'인지 헷갈리게 만들곤 했다.

마지막까지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향한 IBK펀드의 강공은 이어졌다. 심지어 공동운용사(CO-GP)인 케이스톤파트너스 일부 인사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확보한 특정 재무적투자자(FI)의 금호고속 인수전 공동 참여를 반대하기까지 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두 투자회사 수장들 사이의 과거 악연과 안좋은 감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파다했다. 또 4500억원이라는 매각금액을 제시하고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으며 협상을 결렬의 위기로까지 몰아갔다.

이런 강공 드라이브 때문인지 IBK펀드는 금호터미널에 금호고속을 4150억원에 결국 넘기기로 했다. IBK펀드는 여전히 싸게 넘겼다고 사석에서 주장하고 있으나 펀드의 설립 취지를 생각하면 어불성설이다. 금호산업은 앞서 2012년 6월29일 3310억원을 받고 금호고속 지분 100%를 IBK펀드에 매각했다. IBK펀드는 이 거래로 3년간 840억원을 남겼다. 대략 25% 수익률이다. 금호고속 인수를 위해 IBK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KH고속투자)도 중도에 금호고속에 합병시켜 차입금 이자마저 금호고속이 지불해 오던 터였다. 연간 수익률만 따져도 금융권 차입 이자 비용을 훌쩍 뛰어넘는 성공적인 매각이다.

뒤집어 보면 구조조정을 위해 금융권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금호고속을 매각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계열사를 팔았다가 되사는 비용으로 지난 3년간 840억원이라는 거액을 쓰게 됐다. 팔고 사는 과정에 소요되는 세금 등 또 다른 비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러니 은행이나 금융회사들이 기업 구조조정을 볼모로 기업의 재무안정보다 자기 회사의 수익을 챙기는데 열중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년전 금호고속을 매각하며 위기를 겪던 금호산업의 재무를 안정시키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으나 그 대가는 3년전 예상보다 더 많아졌다.

금호 구조조정의 근본 원인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과거 무리한 인수합병(M&A)에 있다. 금호고속 매각도 금호그룹 경영실패의 연장선 위에 있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잘못된 경영 판단 때문에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걸 잊자는 말이 아니다. IBK펀드를 포함한 금융회사들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 과거의 손실을 '한방'에 만회하고자 금호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미래의 새로운 관계 설정 측면에서 그리 스마트한 전략으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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