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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저하 요인, 교역둔화·고령화·메르스" 이근태 LG硏 수석위원 "올 성장률 3% 밑돌 듯, 新 수요·시장 창출 절실"

정호창 기자/ 장소희 기자공개 2015-06-25 06:38: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24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성장저하 원인으로 세계교역 증가세 둔화와 중국의 거센 추격,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충격 등이 지목됐다. 이 같은 요인들의 영향으로 올 국내 경제성장률은 3%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우리 경제가 다시 성장활력을 찾기 위해선 국내 기업들의 신규 수요와 시장 창출 노력 강화가 절실하단 분석이다.

2015 the bell 경영전략 forum1세션 이근태연구위원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사진)은 2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머니투데이 더벨 주최로 열린 '2015 더벨 경영전략 포럼' 발표자로 나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성장에 비해 교역 증가세가 둔화되는 현상이 지속되는 등 세계 경제의 흐름이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수출 부진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성장방식이 제조업과 수출 중심에서 내수와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내구재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 주력 제품인 전지전자 및 자동차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행·LG경제연구원·KDI·IMF 등 네 곳의 경제 관련 기관은 올 들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3.7%에서 3.0~3.1%로 낮췄다.

이 위원은 "중국의 장치산업 생산 본격화로 최근 첨단 부품과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산업에서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도 우리 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가전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 비중이 60%를 넘었고,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서 소재 및 부품의 자급률은 70%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국내 인구의 빠른 고령화로 생산성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내수소비가 저하되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위원은 "최근의 경제성장세 하락은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자본투입 둔화 영향이 크다"며 "생산성이 회복되지 못하면 향후 5년간 2%대 중반, 2020년대에는 1%대로 잠재성장률이 저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평균수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자산가격 상승세는 종료돼 가계 소비성향 저하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닮은 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 위축이 생산과 고용을 줄여 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진행 중"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생산성 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우리 사회를 강타한 메르스도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이 위원은 "국내 경제성장률이 지난 2012년 2.3%를 저점으로 2014년까지 완만하지만 반등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지난해(3.3%)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최근 한국은행과 IMF 등이 성장률 전망을 3.1%로 낮췄는데 메르스 충격으로 추가 하향조정이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그는 "최근 저유가와 저금리 효과, 주택경기 개선 등의 긍정적 요인으로 소폭이나마 호전 조짐을 보이던 내수경기의 흐름이 메르스 충격으로 꺾여 2분기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전망"이라며 "부정적 영향이 최소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제의 성장력은 한 단계 낮아진 것으로 판단되며 다시 과거의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다시 성장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시장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발표 전문

우리 경제 성장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원인들을 장기적·구조적 관점에서 짚어보려 한다. 최근 수년간 경제성장률 전망을 높게 했다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이는 IMF 외환위기 등 돌발변수가 발생할 때 생긴다. 최근 들어 다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변동을 겪은 후 2012년부터 경제성장이 완만하게 이뤄지면서 좋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성장률을 4%까지 기대하기도 했다. 올해 전망은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4월 말쯤 여러 기관들이 3% 초반으로 하향조정했고 그 이후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메르스에 따른 충격도 성장률 하향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1분기 수출이 급격히 위축된 것도 경기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내수경기를 보면 우선 주택경기는 올해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본다. 올해 건설수주 지표를 봤을 때 경기가 개선되는 추세다. 그밖에도 내수경기에 긍정적 요인이 몇 가지 있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원유 소비량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인데 저유가 효과를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저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유가흐름을 보면 2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에 반영된다. 2011년 유가가 떨어질 때 소비가 올라가는 현상이 2분기 후 나타났던 사례가 있다. 지난해 말 유가 하락 영향이 올 2분기 이후 나타날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저금리 효과를 꼽을 수 있는데 기대보다 효과가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다만 직접적으로 소비와 투자를 이끌어내지는 못하지만 자산 시장을 통해 내수 진작 효과는 있을 것이다.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 개선에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다. 실질적인 주택수급 상황을 볼 때 아직은 공급이 부족하다. 2006~2007년 주택 공급이 마이너스였고 아직 공급이 부족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1~2년 정도는 주택공급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

이 같은 세가지 효과는 길게 가지 않을 것이고 근본적인 경기 부양 요인은 아니다. 그래도 일시적이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들이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에는 역할을 했다. 내수가 좋지 않으니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선순환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는 됐다. 하지만 결국은 메르스 사태가 경제에 유효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까지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없지만 2분기 경제성장률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3분기에도 여파가 이어질 것이다. 4분기 이후 국내 경제가 얼마나 반등하느냐가 관건이다.

과거 홍콩 사스 상황과 많이 비교 하는데 홍콩에서는 7~8개월 동안 사스가 발생해 소비가 1년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행히 수출은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는데 그 이후 성장세가 많이 반등하며 회복에 성공했다. 메르스가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보다 사스가 홍콩에 준 충격이 훨씬 컸다. 메르스가 아니어도 2분기 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은 컸었다.

중기적인 경제여건을 살펴보겠다. 세계 경제여건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교역 증가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중반기 초호황기에 과도하게 늘어났던 교역이 조정되는 과정으로 보인다. 선진국들도 버는 것 이상으로 수입할 수 없기 때문에 개도국의 자체적 수요가 늘어나야 하는데 아직은 세계 수요를 이끄는 힘이 약해서 당분간 교역둔화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

세계 교역비중이 떨어짐에 따라 세계경제 성장률도 떨어질 것이다. 중국이 수출을 통한 성장 전략을 세웠고 이것이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이 국내 전기전자제품과 자동차 산업이다. 중국은 전세계 시장잠식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소재와 부품, 가전 등의 수입액이 줄고 있다. 자급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가전 시장의 자국 브랜드 비중은 60%를 넘었고,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에서 소재 및 부품의 자급률은 70%를 넘고 있다.

다음은 환율 문제다. 실질적으로 원화가 절상되고 있어서 경상수지 흑자구조가 장기화 될 우려가 있다. 환율이 절상돼 수입이 잘 안되는 것은 그렇다 해도 수출까지 안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수출용 수입 비중이 40%에 달해 수출이 줄면 수입도 같이 줄어드는 구조라 환율과 수입의 상관관계는 별로 높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소비성향이 저하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원인으로는 3가지를 들 수 있는데 미래 성장성이 저하될 것이란 예상과 평균수명이 빠르게 증대되고 있는 점, 자산가격 상승세 종료 등이다. 소비 조정이 개인들 입장에선 합리적이지만 국가적으로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 소비 위축이 생산과 고용을 줄여 결국 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는 과거 일본이 소비성향 저하 장기화로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것과 비슷하다.

최근 경제성장세 하락은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자본투입이 둔화된 영향이 크게 미치고 있다. 국제경쟁력이 저하되면서 제조업 부문의 생산성도 크게 떨어졌다. 최근 노동투입이 증가하고 있지만 고령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생산성이 회복되지 못하면 향후 5년에는 2%대 중반, 2020년대에는 1%대로 잠재성장세가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대응과 기업들이 얼마나 잘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장기침체를 경험한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오일쇼크 등 경제 위기를 경험했고 이 위기를 회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생산 요소 측면에서 생산성 저하가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나타났다. 그리스의 경우 국격이 떨어진 수준이고,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선진국 성장 기대감이 컸지만 그렇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제의 성장력은 한단계 낮아졌고 다시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세계경제의 성장방식이 바뀌었고 주변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며 수출은 더욱 부진해졌다.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중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성장이 정체되고 수요부진이 이어지면서 공급 주체인 기업들의 경기도 쉽게 회복되긴 어렵다. 기업들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시장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강화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우리 경제가 다시 성장 활력을 찾을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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