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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신용, 볕들기 무섭게 다시 '암흑 속' [Rating Watch]실적·재무개선 1분기로 끝…BBB급 추락 가능성 재점화 이유는

황철 기자공개 2015-06-29 09:57:07

이 기사는 2015년 06월 26일 16: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은 2015년 정기신용평가에서 근래 들어 가장 양호한 성적표를 신평업계에 제출했다. 1분기 유가하락 등 영업환경 호전으로 재무실적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등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의 개선도 이끌었다.

그러나 결국 웃지 못했다. A- 등급을 방어하기는 했지만 '부정적' 꼬리표를 떼는 것조차 성공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정평을 끝내지 않은 NICE신용평가의 결론도 예측불가다. 최근 항공기 100대 추가 도입, 메르스발 실적 저하 등 크레딧 측면에서 우려를 살만한 요소가 늘고 있다.

NICE신평이 신용등급 유지 결정을 내리더라도 당분간 A급의 끝단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2분기 영업실적 저하와 재무레버리지 확대로 평가업계 레이팅 트리거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BBB급으로의 강등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대규모 투자부담, 영업환경 악화 우려

대한항공은 1분기 별도 기준 1858억원의 영업이익과 1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170억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당기손익도 모처럼 흑자로 전환했다. S-OIL 지분매각과 유상증자 등으로 순차입금 역시 2014년말 이후 3개월만에 1조원 이상 줄였다.

그러나 대한항공에 대한 신용평가업계의 입장은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대한항공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줘왔던 한국신용평가가 1분기 실적 발표 직후인 5월22일 기존대로 A-에 '안정적' 전망을 유지한 게 최상이었다. 한국기업평가는 A- 등급에 '부정적' 꼬리표를 달아 이대로라면 BBB급 전락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NICE신평은 아직까지 평가를 마무리하지 않았다. 1분기 실적과 최근 각종 이슈들 사이에서 상당한 고심을 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하다. 고민의 방향이 현재 A- 등급에 붙은 '부정적' 전망을 '안정적'으로 돌릴 지 여부에 맞춰져 있는지, 신용등급의 조정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1분기 재무실적과 향후 불안한 크레딧 전망 사이에서 NICE는 물론 정평을 마친 두 평가사 역시 고심에 빠질 만한 상황에 봉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한항공

신용평가사가 제시한 재무 트리거로만 보면 불안하기는 하지만 당장 A급 지위를 상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기평은 '별도 기준 조정순차입금/EBITDAR 지표 6배 초과'를 BBB급 전락의 트리거로 제시했다. NICE신평은 지난해 평가에서 'EBITDAR/매출액 지표 15% 하회'를 기준으로 삼았었다.

EBITDAR는 항공·해운사 등에 적용하는 운용리스료(임차료)를 감안한 조정 에비타 지표다. 조정차입금도 미래운용리스료를 반영해 산출한다. 2014년말과 올해 1분기 대한항공의 EBITDAR는 각각 2조1350억원, 6291억원을 나타냈다. 조정순차입금은 각각 14조6748억원, 13조4254억원이었다.

이를 반영한 조정순차입금/EBITDAR 지표는 2014년말 6.87배를 나타냈다. 이미 신용등급 하향의 조건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만 올해 1분기 EBITDAR와 조정순차입금을 연말까지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해당 지표는 5.34배까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대한항공이 내놓은 대규모 투자 계획과 2분기 실적 저하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 재무개선 지속성 필요, 공격적 투자 신용도 위협

대한항공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에어버스와 보잉에서 항공기 100대를 신규로 도입하기로 했다. 원화 환산 약 13조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다. 이미 2018년까지 53대에 달하는 항공기 도입 계획을 세워뒀던 터라 추가 자금소요에 따른 급격한 재무부담 증가가 불가피하게 됐다. 대한항공 신용위험의 핵심인 재무레버리지의 비약적인 확대 역시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이를 상쇄할 영업현금창출력을 갖출 수 있을 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1분기 유가하락으로 매출액의 상당수준을 차지하는 유류비를 절감해 실적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이미 대한항공은 메르스 영향으로 2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고 밝혔다. 향후 저가항공사의 급성장과 단기노선 중심의 경쟁심화도 예상되고 있다.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한진해운 지원 부담도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 확대와 수익성 저하가 맞물릴 경우 신용도 저하가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실적 가변성이 큰 항공업 특성상 1분기 수익성 호조만으로 신용위험의 축소를 말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이보다는 과중한 재무부담을 더욱 심화할 대규모 투자와 경쟁강도 심화 등 영업환경 변화에 더욱 주목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정기평가가 종료되더라도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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