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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와 다른 행보' 국민연금, 삼성 손 들어줄까 모비스 이사선임·SK합병안 상반된 결정, 헤지펀드 관여 등 고려할듯

박창현 기자공개 2015-07-07 11:49: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06일 13: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기업의 주주총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삼성물산 합병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마지막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ISS 권고와 상반된 결정을 내리고 있는데다, 국가경제와 헤지펀드 관여 등 외부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과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ISS는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에 대해 반대표 행사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글로벌 연기금과 펀드 운용사 등 기관 고객에게 전달했다. 건설과 패션, 식음·레저, 바이오 부문 간 시너지 효과가 명확치 않고,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현저히 불리하다는 것이 합병 반대 근거였다. 합병 시너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삼성물산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 논리와 판박이다.

ISS는 모간스탠리 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의 자회사로, 세계 주요기업의 주주총회 의결안건을 분석해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의사결정을 돕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다. 안건 분석과 관련해 높은 공신력을 갖고 있어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ISS 의견을 수용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물산은 해외 주주 비율이 33%로 높고, 이들의 판단이 국내 기관들 선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ISS 설득에 총력전을 펼쳐 왔다. 지난 달 말에도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과 김신 상사부문 사장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ISS와 콘퍼런스 콜을 갖고 1시간 넘게 합병 당위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인 주주 표심을 좌우할 ISS가 반대표 행사를 권고하면서 이제 시장의 눈은 국내 대표 기관인 국민연금에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61% 보유한 주요 주주인 동시에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다. 국민연금이 국내 투자 시장에서 점하고 있는 위상을 고려할 때, 다른 기관들의 의결권 행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ISS가 합병 반대를 권고했지만 국민연금이 이를 전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ISS 권고와 상반된 의사결정을 내린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SK-SK C&C 합병건이다.

ISS는 SK 합병건에 대해 찬성 입장을 내놨다. 합병 후 지배구조가 대주주와 경영진, 이사회의 이해관계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부합되는 방향으로 개선될 것이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합병 비율을 문제 삼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현대차의 한전 부지 인수를 두고도 양 측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ISS는 한전 부지 매입이 경영을 효율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것으로 판단, 현대차 정기주총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 권고를 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한전 부지 고가 매입과 관련해 사외이사가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현대모비스와 기아자동차 사외이사 2명의 재선임안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매입에 대해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린 셈이다.

삼성물산 합병건의 경우, ISS가 철저히 개별 주주 입장에서 판단을 내렸다면 국민연금은 국가경제와 해외 헤지펀드의 국내 기업 경영 개입 등 다양한 변수를 검토해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SK합병 때와 달리 국민연금의 판단이 거래 성사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국민연금은 운용 전문조직인 기금운용본부의 투자위원회 회의 결과를 토대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다만 투자위원회가 결정하기 곤란한 안건은 외부 자문기관인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판단을 일임한다. SK합병 반대 결정 역시 전문위원회의 판단이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ISS 권고는 참고 사항일 뿐 그것에 따라 (삼성 합병 의결권 행사 방향이)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며 "투자위원회 일정은 삼성물산-제일모직 주총일을 감안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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