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8월 04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은행이 국내 최초 및 아시아 최초 법제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추진하기 시작한 지 벌써 반 년이 흘렀다. 올해 1월부터 발행 준비에 착수해 3월에는 주관사와 담보자산관리를 위한 회계법인 선정을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그러나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살피는 과정에서 1분기와 2분기가 훌쩍 지나갔다. 마침내 6월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커버드본드 인출 프로그램을 상장하면서 발행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6월 말에는 그리스 구제금융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135일 룰을 감안하면 8월 중 발행이 가능한 시기는 이제 열흘 남짓 남은 상황이다.
국민은행이 커버드본드 발행에 앞장선 이유는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위주로 전환할 방침을 밝히면서 장기 저리 주택담보대출 자금을 확보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업무 감독규정'(커버드본드법)이 시행됐으나 저금리 환경이 계속되면서 실제 발행 사례는 전무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 덩치가 큰 국민은행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첫 법제화 커버드본드 발행 총대를 맨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커버드본드는 지금까지 유럽 등 선진국 위주로 발행돼 온 채권으로,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국내 은행도 커버드본드를 통해 새로운 외화차입원을 발굴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일반 주택저당증권(MBS)나 자산유동화증권(ABS)보다 상환의무가 강화된 구조라 상품 구조 선진화에도 기여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국은 커버드본드 시장의 기존 투자자 시각에서는 낯선 국가일 수밖에 없다. 기존 커버드본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 캐나다, 호주 등은 국가신용등급이 한국보다 최대 3노치(notch) 높다. 국민은행으로서는 유럽과 미국 투자자들로 하여금 낯선 구조의 상품에 투자할 이유를 최대한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첫 발행인 만큼 앞으로 기초자산집합(커버풀) 회계감사와 담보유지비율 감시·관리 등 추가 유지 비용이 어느 정도 발생할지도 미지수다. 결과적으로 일반 은행채 대비 발행비용 절감 효과가 얼마나 될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실제 발행에 성공한다면 여러 악조건을 뚫고 최초 발행 기록을 남긴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로서는 명분은 충분하나 실리를 얼마나 챙길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인 듯하다. 기왕 늦어진 것, 시장 상황을 충분히 살펴 명분과 실리 모두 놓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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