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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암코 권한 확대, 이헌재 사단 또 '꿈틀' [유암코 확대개편]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기능 갑작스레 부여

윤동희 기자공개 2015-09-18 09:27:00

이 기사는 2015년 09월 18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던 민간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이 백지화되고 대신 부실채권(NPL)투자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확대·개편돼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맡게 된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다. 이성규 유암코 대표이사가 우리나라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을 확립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이헌재 라인이 막후에서 힘을 발휘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신설 안을 백지화하고 은행연합회가 요구한 유암코 확대개편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달 본입찰을 앞두고 있던 유암코 매각 작업은 중단됐다.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신설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야심차게 준비해 왔던 우리나라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 변화 시도다. 임 위원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도 "시장의 기능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며 "내달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국책은행(산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시류의 변화를 감안한 최적의 선택으로도 평가됐다. 지난 11일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위는 관련 공청회를 열어 회사 신설 안을 확정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금융위원장의 야심찬 계획은 지난 밤 하루 만에 뒤바뀌었다. 유암코 핵심 관계자들도 매각 중단과 기능 재편 사실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지 못할 정도로 급작스러운 계획 변경이었다. 당초 정부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신설안과 유암코 기능 확대방안 등 두가지 안을 놓고 고민을 하긴 했다. 하지만 이달 초 금융위는 위원장 주재 간담회와 지난 11일 공청회를 통해 초안까지 발표하며 기존 계획에 변동은 없는 듯 업무를 추진했다.

갑작스럽게 계획이 바뀐 배경에 대해 금융권 곳곳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계획 변경으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이나 유암코 인수, 매각을 추진하던 정부와 관련 민간 주체가 모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게 됐기 때문이다. 유암코 인수를 추진하던 후보자들은 손바닥 뒤집듯 무산된 매각작업에 비용과 시간을 허비했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도 정부의 말 바꾸기가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행태라고 지적한다.

반면 이번 계획 변경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곳은 유암코다. 유암코는 앞으로 부실채권 투자 기능 외에 구조조정 기능을 추가로 갖게 된다.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존 조직에 기업구조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이 추가돼 덩치와 사회적인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활용할 수 있는 재원도 많아진다.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는 9개 은행이 1조 원을 출자하고 2조 원을 대출해 총 3조 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 예정이었다. 대신 유암코 설립 당시 은행에서는 총 1조 원을 약정했는데 현재까지 소진되지 않은 출자액이 5000억 원이다. 계획보다 5000억 원이 모자라지만 당국은 이 부분을 일단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유암코를 통한 대출 약정 규모는 총 5000억 원이었는데 이 한도를 2조 원으로 증액해 구조조정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급작스러운 계획 변경에 '이헌재 사단'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헌재 사단의 그림자가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전화통화에서 "이성규 대표가 이헌재 전 부총리의 최측근이라는 점과 우리나라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을 이헌재 전 부총리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의 변화가 생길 때 뜻하지 않은 계획 변경이 나왔다는 건 우연이 아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현재 EY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한국의 실질적인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으로 불린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그를 통하지 않고서는 일이 안 풀린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 분야에서는 유명했었다"고 했다. 이 전 부총리는 다양한 구조조정 전문가와 함께 금융권 개혁을 시도한 만큼 '사단'이라는 네트워크가 형성됐는데, 이중 이성규 유암코 사장이 이 전 부총리와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물론 유암코 핵심관계자 조차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던 상황이라 이헌재 사단의 영향이라는 해석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계획 변경은 은행 등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당국의 입장 번복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당초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을 논의할 때는 출자기관이 9개 은행에 한정되지 않았다.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증권사 등 다른 금융권의 참여도 있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 공청회에서 발표된 초안에 따르면 출자 기관이 소수 은행으로 한정돼 자금 부담이 커짐에 따라 일부 은행에서 해당 안에 반대의사를 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출자규모가 예상보다 커 은행측에서 유암코 확대개편안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해당 내용을 금융위에서 받아들였다"며 "유암코 매각도 매각측에서 이를 중단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다른 안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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