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9월 18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7일 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은행연합회에서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신설하는 것보다 유암코를 확대개편하는 안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거다. 다음날 금융위원회는 빠르게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과 유암코 매각 작업이 동시에 무산됐다. 하루만에 정부 정책이 뒤집어졌다.시장은 어리둥절했다. 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을 추진하던 담당자도 해당 사업을 진지하게 검토하던 시장 관계자들도, 내달 유암코 본입찰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국내외 투자자들도 모두 얼이 빠졌다. 시간과 비용을 날렸다.
금융위는 체면을 구기고 신뢰를 잃었다. 임종룡 위원장은 이달초 손수 기자들 앞에 나서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곧 신설하겠다 확언했고 지난 주 금요일 공청회에서는 사무처장이 참석해 회사 설립을 독려했다.
황당한 말 바꾸기에 대한 '공식' 설명은 이렇다. 금융위원장이 시장의 의견을 잘 수용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은행의 문제의식에 동감, 하루만에 정책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납득하기 어렵다. 당국 수장이 그토록 시장 친화적이라면 구조조정 전문회사 설립과 유암코 매각 작업이 진행되던 지난 수개월 동안에는 은행의 불만을 왜 계속 묵살한 것인가.
유암코 확대개편안이 없던 얘기도 아니다. 다만 구조조정 전문회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신설하는 안이 더 낫다는 판단에 민관이 모두 동의한 것 뿐이다. 유암코는 팔고, 전문회사는 신설하는 작업을 수개월간 시장의 동의 하에 진행한 것이다.
게다가 자산 300조 원의 시중은행이 1200억 원을 5년에 걸쳐 출자하기로 '약정'하는 것이 은행 건전성에 얼마나 굉장한 악영향을 미치는 지는 모르겠다. 혹여 건전성이 정말 문제였으면 당국은 그것도 사전에 모르고 정책을 추진한 것인가. 의문만 꼬리를 문다.
금융위의 미심쩍은 해명보다 더 심각한 것은 실제로 기존 계획이 뒤집어지게 된 배경을 아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무자 급이야 모를 수 있다 해도 은행이나 당국, 딜에 참여했던 고위관계자도 하루 전에야 무산 소식을 들었다. 예측도 못했다. 별들의 전쟁이라 불렸던 유암코 딜이 이주 초까지만 해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던 게 그 증거다. 결국 소수의 의견에 의해 정부와 시장 전체가 좌지우지 됐을 가능성이 높다.
당국의 공언(空言)을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볼 때마다 충격이다. 규정이나 모범규준은 조금 고쳐주는지 몰라도 아젠다가 커지면 많은 경우 그 정책은 어느 새 고꾸라지거나 뒤틀리거나 사라지고 없다.
한 시장 관계자는 외국 투자자에게 정부 주도 딜을 설명할 때 자주 곁들이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일관적으로 일관성이 없다(Consistently Inconsis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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