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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 상장, 기업 가치 상승 제한적" [2015 THE NEXT]캐서린 리트박 노스트웨스턴대 교수

송광섭 기자공개 2015-09-18 18:11:34

이 기사는 2015년 09월 18일 13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차 상장을 한다고 해서 기업 가치가 오르지 않는다. 만일 가치가 상승한다 해도 그 효과가 6년을 넘기지 못한다. 현지 법을 준수해야 하는 부담과 그에 따른 비용 등이 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캐서린 리트박(2015 THE NEXT)
캐서린 리트박(Katherine Litvak, 사진)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18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머니투데이 더벨이 '기업 및 금융 규제의 국제적 동향'을 주제로 주최한 '2015 더벨 글로벌 컨퍼런스 THE NEXT'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교차 상장 한다"면서 "전체의 30% 정도가 미국에서 이뤄진다"고 전했다. 미국 자본시장의 접근이 용이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데다, 언론이나 전문가 등에 쉽게 노출된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들은 유가증권거래법에 따라 미국 증시에 교차 상장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현지에서 주식 발행이 가능해지며 위법 시 당국과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교차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에는 회사법을 적용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캐서린 리트박 교수는 "교차 상장과 기업 가치 제고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다"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교차 사장이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교차 상장한 회사들은 지난 16년간 살펴보면서 상장 이후 장부가가 어떻게 변하는지 등을 살펴봤다"며 "한국 기업 가운데 교차 상장을 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비교한 결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특히 미국 내에서 거래량이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에는 미국 증시의 흐름을 어느 정도 추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거래량이 적을 경우 현지 법을 적용 받는 점 등을 감안하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아울러 교차 상장으로 인한 기업 가치 상승의 효과는 6년 정도라고 지적했다. 교차 상장 첫해에는 굉장히 높은 프리미엄을 누리지만 6년 정도 지나면 효과가 줄고, 8년 이상이면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거래량이 적을 경우 이 같은 감소세가 급격해진다는 설명이다.

<발표 전문>

기업 규제에 대한 새로운 모델에 대해서 말하려 한다. 우선, 전통적인 기업 규제 모델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정부는 국제적인 법규 등을 차용해 규제를 채택하기도 한다. 이를 '본딩'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차 상장과 교차 법인 설립이다. 정부가 아닌 기업들의 자유로운 결정에 따른 새로운 규제 형태로 볼 수 있다.

교차 법인 설립을 통한 본딩을 얘기해보자.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미국에 법인을 신설하거나 현지 기업과 합병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그 회사가 운영되고 있거나 아니면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찌됐든 이 법인은 미국법을 적용 받는다. 미국에서는 법인만 설립되면 미국 회사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미국 교차 상장을 집중적으로 다뤄왔다. 교차 상장이 가능한 국가가 미국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의 30% 정도가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유럽도 많고, 룩셈부르크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교차 상장은 회사법이 아닌 미국 유가증권 거래법에 따라 진행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주식 발행이 가능해진다. 위법을 저지르면 당국과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가령 회사법과 유가증권 거래법을 동시에 적용받고 싶다면 교차 상장과 교차 법인 설립을 하면 된다.

기업들이 미국에 교차 상장을 하는 데는 '기업 가치 상승'을 바라기 때문이다. 미국에 교차 상장할 경우 미국 자본시장에 직접적으로 접근이 가능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으며 언론 및 애널리스트 등에 노출돼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매매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도 나아진다는 인식이 있다. 물론 미국 교차 상장이 기업 가치 상승과 직결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다.

그렇다면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단순히 미국 현지 법을 차용해서만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특히나 교차 상장의 목적이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이라면 오히려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미국 내 거래량이 월등히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더 그렇다. 물론 교차 상장하면 기업 가치가 상승한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는 희석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차 상장의 결정을 번복할 수도 없다.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가기 힘들어서다. 미국 회사인 것을 포기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교차 상장된 회사들을 지난 16년간 살폈다. 과연 교차 상장에 따른 프리미엄이 있는지를 살펴봤다. 가령 상장 이후 장부가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는 식이다. 물론 시가가 장부가를 앞설 때 프리미엄이 있다고 봤다.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교차 상장된 기업들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가치를 비교해봤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에 교차 상장이 이로울까.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기업들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싶다면 미국 증권거래법을 준수해야 하는 등 일정 자격을 갖춰야 한다. 특히 대기업인 경우 미국 시장을 추종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교차 상장 등록은 완전히 해야 한다. 장외시장으로만 하면 그다지 도움이 없다.

또한 미국 내에서 거래량이 높아야 한다. 거래량이 낮다면 기업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회사는 미국법과 증권거래법 등을 적용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가치 상승을 위해서 교차 상장을 한다는 것은 신중히 접근해야 할 부분이다.

기업가치 상승의 효과는 과연 얼마나 유지될까. 상장 첫 해 굉장히 높은 프리미엄을 누리지만 6년 가량이 지나면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왔다. 8년째에 접어들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 내 거래량이 높은 기업의 경우에는 이 같은 감소세가 더디게 이뤄지긴 한다. 반면 미국 내 거래량이 적은 기업은 이 같은 감소세가 급격히 이뤄진다.

교차 상장을 통해 기업 가치가 상승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효과는 6년까지다.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 증권거래법을 준수해야 하는 부담과 그에 따른 비용이 들기 때문에 미국의 교차상장이 기업 가치의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는 좋지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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