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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현대重 상무, 부친 경영행보 이을까 사우디 사업 총괄로 역할·비중 커져…네트워크 확대·노사관계 조율로 영역 넓힐 듯

강철 기자공개 2015-11-18 08:29:04

이 기사는 2015년 11월 17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기획실 총괄부문장(상무)이 자신이 진두지휘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Aramco)와의 합작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며 경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성과를 계기로 향후 정 상무의 역할과 비중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상무가 앞으로 어떠한 경영 행보를 보일 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경영 일선에 있었을 때처럼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하는 가운데 생산공정 총괄, 노사관계 조율 등으로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 사우디 합작사업 진두지휘…역할·비중 한층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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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아람코와 포괄적 사업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협약(MOU)을 맺었다. 협약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주되는 선박에 대한 수주 우선권 확보 △합작 조선소 건립 △선박용 엔진 중동 수출 △플랜트 수주 확대 및 EPC 리스크 축소 등이 포함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정기선 상무(사진)가 총괄했다. 정 상무는 올해 3월과 4월 알 필리 아람코 회장과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현대중공업을 방문했을 때 직접 영접에 나섰다. 이후 테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사업 준비에 착수하는 한편 수 차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실무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합작사업 체결은 정 상무가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지 2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정 상무는 2013년 6월 경영기획팀에서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상무로 승진했고 그룹의 전략 수립을 담당하는 기획실 총괄부문장에 올랐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정 상무가 입사 초부터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정 상무는 기획실에 있으면서도 틈틈이 재무, 선박영업, 설계, 연구개발(R&D) 등 여러 파트를 돌며 경력을 쌓았다.

업계에선 정 상무가 합작사업을 토대로 그룹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로젝트의 조기 안정화 및 성공 여부가 정 상무의 입지를 좌우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역시 그룹에서의 정 상무의 역할과 비중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최근 "아람코 프로젝트는 정기선 총괄부문장이 더 잘 안다"고 밝히며 합작사업 체결의 공이 온전히 정 상무에게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감안할 때 향후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최길선 회장, 권오갑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의 관여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정몽준 이사장과 유사한 경영 행보 보일 듯

정 상무는 정몽준 이사장과 공통점이 많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학생군사교육단(ROTC)에서 군생활을 했다. 30대 초반부터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점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정 상무의 향후 경영 행보 역시 정 이사장이 현대중공업에 있을 때와 유사한 경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 이사장은 정 상무와 마찬가지로 현대중공업 상무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필 회장이 작고한 1982년 전격적으로 현대중공업 사장에 올랐다. 당시 정 이사장의 나이는 불과 32세였다.

정 이사장은 사장 재임 시절 초기 주로 선박 영업에 집중하며 글로벌 선사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은 1985년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1위 조선사에 올랐다. 해양사업본부와 특수선사업본부를 발족한 것도 이때였다. 싱가포르 해운회사인 NOL(Neptune Orient Lines)로부터 선박 2척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선수금을 현금이 아닌 NOL 주식으로 받는 등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거래를 단행하기도 했다.

유학을 마치고 복귀한 1987년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1988년까지는 노사 관계와 직원 복리후생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는 게 당시 주요 업무였다. 근로자 주거 환경 개선, 정년보장 시스템 구축, 학교 설립 등이 이 시기에 이뤄졌다.

정 상무는 기획실 총괄부문장에 오른 후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글로벌 해운사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 정 이사장이 처음 사장에 올랐을 때와 비슷한 경영 행보다. 풍부한 영업망은 조선사 경영진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인 만큼 앞으로도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직급 상승에 맞춰 단계적으로 노사관계 조율, 생산공정 총괄 등의 역할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생산과 영업은 최길선 회장이, 노사관계 조율 및 경영지원은 권오갑 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 대표를 거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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