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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전선의 M&A 생존법 [thebell note]

김경태 기자공개 2016-01-04 08:37:23

이 기사는 2015년 12월 31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좋은 자동차 부품업체 있으면 꼭 소개시켜 주세요"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대원전선의 금융운용팀장은 갑작스런 말을 건넸다. 그의 말을 듣고 우선 전선업체가 자동차부품사에 관심을 갖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최근 삼성과 LG 등 대기업으로 인해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진심이냐고 되물었다.

그의 대답은 확고하고도 진지했다. 이미 실무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단계로 벌써 여러개의 업체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M&A 부티크(boutique)와 금융권 등에서 대원전선에 찾아와 많은 매물을 추천하고 있다고 한다.

대원전선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은 전선업만으로는 외형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전방산업이 침체되면서 전선업체들은 매출과 이익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하락까지 겹치며 소규모업체들은 부도를 면치 못하고 있어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13년 6월 인수한 대원에코그린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원에코그린은 폐기물처리와 스팀공급으로 매출을 얻는 이종산업 업체다. 대원전선은 지분 100%에 64억 원(대여금 포함시 102억 5000만)을 투자했고 인수 당시보다 매출 규모를 2배 이상 키웠다.

대원에코그린이 사업다각화를 위한 인수였다면, 이번 자동차 부품업체에 대한 관심은 시너지 효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원전선은 통신선과 전력선 외에 자동차용 전선을 생산하기 때문에 부품업체와 협업이 가능한 구조다. 이승관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경신전선이 그 예다. 자동차용 전선 전문업체인 경신전선은 일본 스미토모(Sumitomo Electric Industries)와 합작해 만든 자동차부품사 경신과 함께 성장하고 있어 대원전선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대원전선의 계획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원전선이 속한 전선업계에서 과도한 M&A로 불행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은 이전 오너가 무리하게 기업을 인수하다 결국 경영권을 내놓았고, 현재 새주인을 맞이해 본업인 전선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대원전선의 자금력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대원전선은 올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12억, 단기금융상품 99억, 매도가능금융자산 23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쓸 만한 업체를 인수하려면 인수금융이 불가피하다.

물론 대원전선은 올해 3분기까지 86억 원의 영업이익과 3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정도로 매년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미국 극동공병단(FED: Far East District) 사업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앞으로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금흐름을 인정받아 인수금융을 마련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금조달 규모가 커질수록 본업에 부담이 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대원전선이 진정으로 자동차 부품업체를 인수하고 싶다면 이전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대원전선은 과거 대한전선을 인수하라는 추천을 받았다. 관심을 갖고 검토까지 했지만, 대원전선보다 규모가 크다 보니 승자의 저주에 걸릴 우려 때문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원에코그린의 경우 일반적으로 꺼려하는 소규모 폐기물처리 업체이지만 철저히 실리적 입장에서 인수했다. 특히 기존 거래처 외에 동부제철과 계약 가능성이 높다는 확실한 정보가 파악된 후에야 최종 결정을 내렸다. 자동차 부품업체 인수도 과거처럼 큰 욕심을 버리고 신중한 접근을 해야만 성공적 M&A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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